지난 30일 새벽 3시 44분경 김해시 내동 집 앞에 놓아둔 가스레인지 2개와 스덴통 1개를 누군가 리어카에 싣고 갔다며 찾아달라는 신고였다. 고물수거를 하는 사람이 버리는 물건인 줄 알고 가져간 것으로 판단됐으나 고물상이 일요일이라 계속수사중인 사건이었다. 즉시 경찰서 종합상황실로 연락, 리어카 이동경로로 순찰차를 보내 용의자 확보와 피해품 확인을 요청했다. 휴대폰 소리에 잠이 깬 아내가 무슨 일인지 물어 “손전등에 리어카”라고 하자 살기가 어려운 것이 맞나보다며 잠을 청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큰손녀가 방학이라며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묻는다. “할머니가 목욕을 가면 누구와 놀면 되냐” 해 자전거 타고 도서관에도 가고 연지공원에도 가보자며 길을 나섰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 대문에 들어서니 조금은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나오다 눈이 마주쳤다. 2층 세든 분 집 손님이라 보기에 뭔가 이상해 어떻게 온 분인지를 물었다. 남자는 서슴없이 “짜장면 배달을 위해 스티커를 붙이는데, 죄송합니다”며 집밖에 세워 둔 자전거를 탄다. 그런데 어디에도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아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오면 안 된다 경고를 했다.
예년과 달리 일찍 시작된 폭염 탓에 전기요금을 걱정하다가 겨울철 난방비보다는 덜 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드는 에어컨 실외기 소리에다 영역싸움 야생고양이 울음소리 요란스럽다. 살기가 어렵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사람들은 역정을 낸다. 윗 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라는데 김해는 모진 이가 사나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리면 좋겠다며 푸념을 한다. 내 것이 중하면 남의 것도 중한 이치인 것을 어찌 내 것만 중하다 하는지 경계할 일이다.
남의 집 앞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면 주인에게 물어봐야 함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눈앞의 사익에 이끌려 범법자가 된다. 먹고 살기위한 생계형 범죄 뒤에 드리운 우리의 자화상인지 모른다. 잘난 이도 못난 사람도 우리의 이웃들이다. 잠시라도 밖에 물건을 둘 때는 이웃을 범법자로 만들지 않도록 사용하는 물건이면 표시를 한다든지 아예 남의 손을 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명 도둑을 열 명이 지키지 못한다는 옛말을 기억해 대문 없는 집이라면 밧줄 경계선 설치도 고려해 볼 일이다. 새벽신고에 51세 리어카 절도범은 검거돼 수사 중이다. 남들이 잠 든 시간에 골목을 휘젓는 리어카는 당분간 없을 테지만 야생고양이 울음소리는 어쩌나. 아무래도 올해 한여름 밤의 꿈은 날아 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