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0:30 (토)
탈출을 꿈꾸며
탈출을 꿈꾸며
  • 이주옥
  • 승인 2017.08.29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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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이 없는 상황과 시간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그것들을 떼어 낸 생활은 상상이 안 갈 것이다. 스마트폰은 전화의 역할은 물론이거니와 금융거래 창구, 네비게이션, 백과사전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일상에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해서 스트레스는 물론, 상상하기 어려운 위험에 빠지게도 한다. 금융정보도 새 나가 금전적인 손해를 끼치는 일도 다반사다. 또한 사람들이 할 일을 뺏어 직장을 잃게 하는 고약한 짓도 한다. 특히 SNS 소통이 대세인 이 시대에 직접 만나지 않아도 얼마든지 교류와 소통이 가능하게 해 주는 스마트폰. 체온으로 느끼고 눈으로 담는 아기자기함 없는 관계에 다소 삭막함은 있지만 인간관계에 온전히 버릴 수도 안을 수도 없는 중요한 역할임에 틀림없다.

 그중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기능을 하는 것은 단연 소통의 방이다. 각자의 스마트폰 안에는 몇 개의 방이 있을 것이다. 클릭 몇 번에 크기나 개수를 맘대로 조정한 방이 순식간에 후다닥 만들어진다. 내 집이나 내 방이 없어 서러운 사람들에게 보상심리일 수도 있는 신기한 기능이다. 대부분 제각각의 특성이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방의 개수에 따라 사회생활의 범위나 반경을 잴 수도 있는 가장 확실한 척도의 역할을 한다. 가족은 물론, 동창, 동기, 사사로운 동네 모임까지 나름의 규모와 특성을 갖춘 채 내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몇 사람의 주도하에 이끌어지기 마련이지만 나의 역할과 위치는 명확히 구분되는 첨예한 공간이다. 시쳇말로 치고 빠지기를 잘 하는 것이 첫 번째 덕목이다. 예의도 있어야 하고 도리도 있어야 하고 적당한 지식과 염치도 있어야 하니 여기에서 활동만 잘해도 사회생활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 가지 아킬레스건은 내 운신의 폭이 한정돼 있고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요청이 있으면 취사선택의 여지 없이 끌려 들어가야 한다. 나의 성향이나 취향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장황한 인생론, 명언, 우정론을 시도 때도 없이 읽어내야 한다. 적당한 때에 인사도 해야 하고 누구의 생일이라도 되면 품에 안기에도 버거운 꽃도 배달해야 한다. 때에 따라 적당한 이모티콘으로 애교를 부리고 제때제때 인사성도 밝아야 한다.

 그러다가도 간혹 도에 넘치거나 자잘한 갈등이 생기기도 하면서 감정도 상하고 사생활 침해도 받게 된다. 그럴 때면 과감히 탈출하고 나오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한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기분이나 대화 내용에 따라 적당한 기회를 엿봐야 한다. 애매한 시점을 택했다간 영락없이 반사회적이고 배려 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나가자마자 퇴장하셨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알림 메시지가 민망할 따름이다. 그나마 몇 사람의 뒷말이나 원성을 듣고 말면 좋은데 누군가에게 여지없이 다시 초대돼 끌려가는 때에는 도리가 없다. SNS 감옥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한 마리 새가 되는 모양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독 예민한 것이 이 SNS 공간이라고 한다. 심지어 그곳의 활동이 고과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휴가를 떠나며 그곳을 과감하게 탈출한 후배를 겨냥한 선배의 일침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여러 사람들의 찬반양론에 게시자가 사과 글을 올린 해프닝까지 있었다. 심지어 ‘감옥’이며 ‘탈출’이라는 단어까지 언급됐으니 얼마나 첨예한 공간인가. 스마트폰의 보편화는 직장인들에게 잠시도 업무에서 놓여날 수 없게 하고 있다. 과감히 떨치고 나가는 것은 어쩌면 용기일지 모른다.

 우리들의 삶은 누군가와의 동행이 필연이지만, 나 자신만의 행로라고 부르짖으면 이 또한 반사회적인가. 하지만 무엇이든 타의에 의한 얽매임은 결국 개인의 스트레스가 되고 또한 반사회적인 행위와 감정의 초석이 되는 곳이 아닐까. 어쩌면 기꺼이 탈출하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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