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에 달하는 사상 최장의 추석 연휴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임금체불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이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부울경 체불임금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천931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천741억 원과 비교해 10%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피해 근로자 수 역시 지난해 4만 454명에서 올해 4만 9천267명으로 21.7% 증가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보면 이 수치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실감할 수 있다. 50여 명이 근무하는 창원 한 유통업체는 휴일에도 근무하는 것이 다반사인데도 직원들은 매월 급여일이 다가오면 행여나 월급이 들어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실제로 직원마다 체불된 임금이 3개월에서 1년에 달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해도 열악한 재무구조에 적극적으로 밀린 급여를 달라고 주장하기조차 쉽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임금체불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면서 노동자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데 있다. 급여에 생활을 의존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월급이 밀리면 금융권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특히 급여가 장기간 밀리면 이율이 높은 카드 대출 등을 이용해 이자를 메꿀 수밖에 없어 가계 경제를 더욱더 파탄시킨다.
노동부는 이처럼 노동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임금체불 원인을 지난해부터 심해진 도내 조선업종 경영 악화와 구조조정에서 찾았다. 하지만 근본원인은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잘못된 기업문화에 있다. 임금을 체불하다가 적발돼도 처벌이 크지 않은 탓에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기업주가 많다. 심지어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도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오기 전에 체불 근로자의 시름을 덜어 줄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주 역시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 모두가 즐거운 한가위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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