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20:43 (화)
트럼프, '美입국금지' 대상에 북한 추가…전방위 제재
트럼프, '美입국금지' 대상에 북한 추가…전방위 제재
  • 연합뉴스
  • 승인 2017.09.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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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차드 포함 총 8개국 대상…10월18일 발효돼 무기한 적용
"美입국 북한인 110명 불과…'테러국가' 낙인, 무슬림 차별론 불식 의도"

    미국이 자국 입국을 제한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 대상 국가 명단에 북한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AP·AFP통신 등 외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조치에는 정해진 만료일이 없어 북한 주민의 미국 입국은 무기한 금지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 차드,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시리아, 베네수엘라, 예멘 등 8개국 국민의 미 입국을 제한하는 '반이민 행정명령' 포고문(Proclamation)에 서명했다.

    내달 18일부터 발효되는 수정 행정명령은 기존 입국 제한 또는 금지 대상국이었던 이란,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수단 등 무슬림 6개국 가운데 수단이 빠지고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 등 3개국이 추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북한은 미국 정부와 어떤 면에서도 협조를 하지 않고 정보 공유의 필요조건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며 북한을 입국 금지 대상에 추가한 이유를 밝혔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존 무슬림 6개국을 대상으로 90일간 미 입국을 일시 제한했던 반이민 행정명령의 기한이 24일 만료됨에 따라 나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행정명령 갱신을 위해 지난 7월부터 각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 입국 제한 또는 금지 대상국을 선별하는 작업을 해왔다.

    여권 등 문서의 진실성과 미 입국 비자 신청자의 범죄 이력 정보 공유 여부, 테러 연관성, 생체 정보가 포함된 전자 여권 발급 여부, 해당 국가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미치는 위험 정도 등을 고려해 대상국 명단을 선정했다.

    당초 명단에 포함됐던 수단이 제외된 것도 미국의 안보 우려에 대응해 그간 정보 공유 노력 등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새 행정명령은 내달 18일부터 발효되며 입국 제한 범위는 국가별로 상이하다.

    WSJ는 "북한과 시리아는 미국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물론 단지 방문을 원하는 사람도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또 차드, 리비아, 예멘은 이민 비자는 물론 사업이나 관광 비자를 갖고 있어도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그러나 북한과 함께 새로 명단에 포함된 베네수엘라는 정부 고위 관료와 직계 가족만 이번 명령의 대상이 된다.

    새 행정명령은 기존 행정명령과 달리 발효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상황 변화에 따라 제한을 더하거나 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예상치 못한 행정명령 시행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기존 비자 보유자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비자 신청 예정자에게만 적용키로 했다. 미국인과 관계를 가진 여행자에 대한 면제 조항도 여전히 적용된다.

    또한, 탈북자는 이번 행정명령으로부터 면제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한 백악관 관계자가 WSJ에 전했다.'

    당초 무슬림 국가들을 겨냥했던 '반이민 행정명령'에 북한이 포함된 것은 최근 양국 최고 지도자 사이에서 초강경 위협 발언이 오가는 등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신규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고 미국과 북한이 연일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미국 정부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한을 제재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무슬림 국가들을 겨냥한 기존 반이민 행정명령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테러 예방 목적'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북한을 '테러리스트' 국가로 낙인 찍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WSJ는 이날 행정명령에서 "북한은 어떤 측면에서도 미국과 협조하지 않았다"고 적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 '말의 전쟁'에 의해 강조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북한에 아무런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에 미국행(行) 비자를 받은 북한인은 110여 명이 불과했다. AP도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북한인의 대부분은 유엔 외교사절단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조치라고 꼬집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자국민의 해외 출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과 함께 이번 명령 대상 중 유이한 비(非)무슬림 국가인 베네수엘라도 극소수의 고위 관료와 가족만 입국 금지 대상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무슬림 차별'이라는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북한과 베네수엘라를 형식상 끼워넣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달 10일 미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3월 반이민 행정명령의 적법성에 대한 변론을 들을 예정이라는 점도 이런 추정의 근거가 되고 있다.

    민주당 중진인 애덤 쉬프(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정부는 여행 제한국가 명단에 북한과 베네수엘라를 추가한 것이 법원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는 것 같다"면서 "아무리 다시 포장을 해도 신념과 종교에 근거해 사람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것이 숨은 의도라는 사실을 가릴 수 없다"고 비난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앤서니 로메로 사무국장도 "미국 방문자가 거의 없는 북한과 일부 베네수엘라 관료를 추가했다는 사실이 정부의 명령은 여전히 '무슬림 입국금지'라는 사실을 가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제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료는 기자들과 만나 "입국 제한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결코 인종과 종교, 신념에 기반하지 않는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행정명령이 공개된 직후 트위터에 "나는 미국의 안전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우리가 안전하게 심사할 수 없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번 명령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7일 중동·북아프리카 7개국 국민의 입국 금지를 골자로 한 첫번째 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했으나, 종교적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미 법원에서도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시행이 중단됐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지난 3월 기존 명단에서 이라크를 제외한 이슬람권 6개국 출신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수정 행정명령을 발표했으며 미 연방대법원도 이에 대해 일부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6월 29일부터 발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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