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8:16 (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 이주옥
  • 승인 2017.10.24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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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지금도 간혹 누군가로부터 ‘꿈이 무엇이며 취미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미처 준비 못한 신분증을 불시에 꺼내라는 말처럼 당혹스럽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어릴 적 생활기록부에 적기 위해 나눠준 조사서에 별 고민 없이 적을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다.

 어릴 적, 꿈은 누가 들어도 무난한 선생님이라고 적었던 것 같고 취미는 일관성 있게 독서였다. 어느 날 선생님이 될 기회가 왔지만 난 예전 조사서에 적었던 꿈이 선생님이었던 것은 까마득히 잊고 싫다고 도리질을 했다. 막연한 ‘선생질’이 하기 싫다는 이유로. 또한 취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에 왠지 독서라고 말하기도 망설였다. 너무 구태의연하고 성의 없는 답인 것 같아서다. 하지만 오랫동안 하고 싶던 것을, 알게 모르게 꿈이라는 막연함에 실어 끌고 왔던 걸까. 나이 쉰이 넘어 본래 내 이름 앞에 또 다른 이름 하나를 붙였다. 그것이 오랜 꿈의 실현인가 하는 생각에 진입하면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내 이름을 거는 무엇인가는 되겠다는 의지는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간절하게 꿈을 꿨고 그 꿈을 이뤘다’고 단언하기는 아쉽지만 분명한 건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은 있었고 그 곁에 이르기는 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니트(NEET)족. 학업이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고 미취업 상태에 있는 청년이나 청소년을 일컫는 신조어다. 그들이 니트족이 된 이유로는 ‘노는 것이 좋아서’, ‘일자리가 없어서’, ‘하고 싶은 게 없어서’다. 하지만 딱히 드러나게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고를 치는 일이 없는 은둔형이어서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니트족이 1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요즘 세상은 다분히 비디오적이다. 거기에 따르는 오디오는 더 감각적이고 강렬하다. 눈에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은 호기심을 넘어서 극렬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도 할 일이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던가. 아마 풍족함에서 오는 절박함 부족인 것 같기도 하다. 정식으로 공부를 하거나 직업을 가질 생각도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단발적으로 채우고 메꾸는 삶,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계획은 어떻게 세울 수 있겠는가. 다변화된 사회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일선 관계자나 그런 니트족 자녀를 둔 부모는 잘못된 교육정책을 첫 번째로 지목하며 한목소리를 낸다. 학생이나 자녀들의 꿈은 무시한 채 입시 위주의 획일화 된 교육과 철저한 주입식 교육의 병폐라는 것이다. 한 학급 30여 명의 학생 중 10명 안팎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을 끌고 간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학습에 의욕도 없고 의미도 느끼지 않다 보니 언감생심 꿈은 꿀 수도 없는 상황이란다. 부모 입장에서도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뒷바라지하기가 수월하겠다고 말한다.

 삶의 다양성은 한 사람의 인생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든다. 누구에게나 적절하게 배치된 삶을 채워가며 꿈을 꾸노라면 그 구체적인 형상들은 그 다양성에 힘을 싣고 각자의 인생도 그만큼 풍요롭고 다채로워지는 것, 거기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첨부된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인생이 되겠는가.

 무엇인가 강렬한 꿈을 꾸고 노력해도 결코 쉽지 않은 세상이다. 수많은 또래들과 경쟁을 하고 또 견제를 하면서 그 안에서 이뤄지는 성과로 내 삶의 이력을 쌓아야 한다. 꿈은 욕망과는 다르다. 어린 시절 갖고 싶은 장난감을 손에 쥐던 단순한 흡족함과는 다르다. 어떤 원대하고 황당한 꿈을 가져도 이해되고 또 그런 꿈들이 두렵지 않을 나이가 청소년과 청년의 시기다. 애초 선인들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고 노래했다. 그렇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무위도식하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 역동적이고 세찬 바람이 부는 소용돌이 속이다. 꿈을 꿔라. 끊임없이 노력하라. 각자에게 주어진 생이 단순한 소모의 시간으로 전락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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