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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12의 날
오늘은 112의 날
  • 김병기
  • 승인 2017.11.01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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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팀장

 우리 경찰서 2층 남자 화장실. “영혼이 맑은 사람이 잘 웃고, 잘 웃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글을 본 후 애써 웃는다. 영혼이 맑다 해 잘 웃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은 공감한다. 웃을 일이 많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 많다는 것이고, 좋은 일이 많다면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란 증거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가진 자들의 적폐청산과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기센 이들의 트집에 우리 서민들의 일상은 우울하다. 그나마 곱게 단풍 들어가는 인근 산들을 언제든지 찾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11월 2일. 112의 날이다. 일상생활에서 112ㆍ119 신고번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1997년 3월경 처음 112 부서에 발령을 받았다. 그때는 경찰서 단위로 직원들과 군 복무 전투경찰로 나뉘어 담당 업무 처리는 전투경찰이 주로 했다. 그 뒤 전투경찰이 빠지면서 직원들이 접수와 지령ㆍ상황관리를 하다 2012년 4월 수원 여성납치 살인범 오원춘 사건 이후 112신고 시스템으로 전환돼 접수는 지방청에서 지령ㆍ상황관리는 경찰서에서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문경 짚라인을 찾았다. 애초 16명이 동행키로 했는데 외줄 타기 유격훈련 유형이라는 거부감인지 몰라도 인원이 줄어들어 대형버스를 취소하고 노란 어린이집 승합차에 올랐다. 경비를 아끼려는 회장단의 고심이 엿보이면서도 어린이 좌석에 혹사시킬 다리를 살피며 안전벨트를 맸다. 그때 “오늘은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요”라는 멘트에 다들 “예.” 파안대소다. 그래 마음이 편하면 되지 몸이 대수냐. 지난 2010년 졸업해 이어져 오는 연례행사인지라 그저 좋아한다.

 20년 전 112신고를 받으면 메모지에 기록한 후, 해당 파출소ㆍ지서에 처리를 하달하는 식이었다. 112신고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각종 사건ㆍ사고 접수와 처리 일련의 과정에 C3 개념(지휘ㆍ통제ㆍ통신)을 통합 체계화했다. 경찰통신망과 첨단 IT기술을 접목시켜 경찰출동요소를 신속히 현장에 배치, 필요한 조치를 지휘하고 현장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통제하는 등 초동대응시간을 최소화한 것이다. 여기에 신고 관련 정보를 숙지하고 장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 절박한 심정으로 경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신고자에게 반드시 도움을 준다는 근무자의 마음가짐은 덤이다.

 오늘 아침 자전거 탄 손이 시리다. 일본열도를 휩쓴 태풍의 영향으로 옥상에 둔 거울이 박살 났다. 휘오리 바람에 따라온 찬 공기가 매섭다. 추워지면 취객들의 신고는 줄어들 것이지만 노숙자의 객사가 염려되는 계절이다. 낮보다 밤에 112신고가 많은데 추위로 역전될 기미다. 112의 날을 맞아 허위 장난신고는 남보다 자신을 위해 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오늘도 24시간 “시간이 생명이다. 1초라도 더 빨리”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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