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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어떤 모습일까?
2017년 11월 15일 (수)
하성자 7618700@kndaily.com
   
▲ 하성자 김해시의원

 기억은 어떤 모습일까?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회화에 머무를 때 아른거리는 빛, 수련을 바라보는 눈, 그런 시력의 무한한 배경이 기억의 모양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수련이 꽃으로 피기까지의 순간들을 탐색해본다. 수련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을 경험과 시간들, 그것을 해분하는 일은 이내 한계에 부딪힌다. 객관적 대상을 주관적 인상으로 바라보는 화가의 눈,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미술 사조의 지평을 연 모네라는 화가도 대상과 공감한 그 인생과 통틀어 그의 수련에 내재돼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의 차원을 무시로 넘나드는 조율사일 뿐이다. 기억은 심연을 통해서 조율된 만큼의 현실감으로 인식 속에서 재현된다. 기억을 치환하고자 또 한 기억의 전형을 구성하는 일로 살아감을 데코레이션 해 보기도 하지만 기억은 없어지지 않는 역사처럼 우리 안에 적재돼가고 있다.

 기억은 기억을 지닌 자의 스펙트럼만을 통과한다. 기억은 오직 스스로의 심연에게만 그 형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마치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이행하는 일, 전생의 기억을 더듬는 일처럼 모호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게 자신 안에서 쥐락펴락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도 기억을 지니고 있다. 사회가 다 기억하지 못해도 사회의 기억은 현재의 사회양상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로 구성해왔지만 아마도 그것은 심층보다 표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역사는 가치를 지니는데 그것이 결국 모네의 수련처럼 모든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식하지는 못해도 선한 역사들이 우리 삶 가운데서 버팀이 돼 주고 있다는 건 큰 힘인 것이다. 현실이 유적처럼 존재하기에 천연히 가는 우리네 삶은 나름의 빛을 내뿜고 생동하는 사회의 가락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판소리 한마당만큼 구성진 것이다.

 기억과 생각이 물건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한 개인의 기억들, 수많은 개인들의 모든 기억들을 포괄한 무리 생각 속에서 공감을 찾아내는 일은 위대한 작업이다. 세상이란 모호한 모양새를 보다 명확하도록 이끌며 조율하는 사회, 살 만한 사회의 정체성이 공감을 통해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는 일은 그래서 소중하고 중요하다. 결국 현실 사회의 가치란 유전된 사회의 기억을 딛고서 공동의 목적에 맞는 현재의 상황을 가능한 희망적이며 만족에 닿도록 구성하는 데 있지 않을까.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더블캐스팅으로부터 희망을 꾸려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다. 사회의 아우라는 자외선 혹은 적외선처럼 우리네 삶을 스펙트럼 안으로 한정해 버리지만 역사의 가시광선은 일곱 빛깔이 파생하는 각양각색의 혼합체로 무지개의 혼돈스러운 공명 속에서 사회의 기억은 일시적 명암이 되고 우리는 그것을 빛으로 생산한다. 어느 유전공학자의 마법 같은 RNA 활용기술을 기대하지만 희망과 풍요와 만족을 이끄는 사회의 지도력은 공감하는 모든 개인의 기억들, 우리 스스로에 의해 구성되는 현시점의 사회가 아닐까 싶다.

 소통이란 기억을 나누는 일이며 공감이란 기억의 교집합을 형성하는 일이다. 자신 안에서조차 타자로 교란하는 기억을 어떻게 타인이 공감할지 난감하다. 공감을 주도해낸 사회는 그래서 위대한 가치를 지닌다. 최선을 추구하는 우리는 행복을 기대하고 갈망하며 노력한다. 용기 내어 펼쳐가는 수많은 희로애락이 집합의 파동으로 작동할 때 닿는 최고점, 사회의 공감대와 맞물려 소통하고 해결할 줄 아는 지도력이 사랑받는 것도 그런 갈증에 연유한 것일 게다.

 빅데이터를 구축하며 진화해가는 알파고나 사물인터넷이 절대 할 수 없는 난해한 작업이 공감일 것이다. 그럼에도 장차 미래는 기계가 개인의 심층 내면을 뇌파로 읽고 현실적 대안과 집합된 사회공론을 형성하고 리드하게 될 거라고 한다. 집단화 공감 사회가 형성될 것이며 그런 기술력은 또 하나의 혁명이 될 것이고 사회는 새로운 양상을 지니게 될 거라는 학자의 예측을 들은 적이 있다. 지도력을 기계에 맡기는 사회, 너무나 공정할 미래사회에서 사람들은 만족해하다가 어느 날부터 그 답답한 공정을 불만하게 될 것이다. 복종할 수밖에 없는 사회시스템의 지배력에 대해 분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왠지 두려워진다.

 생명이 지닌 유한한 생명체의 불완전성은 섭리의 장점이지만 하나의 약점이기도 하다. 후진을 모르는 시간과 더불어 자궁 속 태아 적의 흐느적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이 가을을 사색해 보자. 모네의 수련처럼 자신을 선명하게 채색하면서, 무지개를 갈구하면서, 오늘 또 나를 탄생시켜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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