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2년 도입 목표로 고교학점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전에 정비해야 할 일이 많다. 교육여건 조성, 내신평가ㆍ대입제도 정비, 교육에 있어 도농격차 축소 등 학점제 시행을 위한 사전 과제가 너무 많다. 학생과 교사, 학교현장 혼란이 없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교육계도 대선공약이라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전교조는 “몇몇 사람의 아이디어 수준이었던 고교학점제가 대선공약이 되더니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학점제는 고교교육을 비롯해 중등교육 전체를 바꾸는 정책이기 때문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출발해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현재 각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이 대체로 비슷해 교사 수급이나 교육활동ㆍ지원 등에도 지역별 차이가 거의 없다”면서 “전국적으로 통일ㆍ일관된 현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꿔야 학점제 시행이 가능한 만큼 철저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교원의 여론도 좋지 않다. 교총이 지난 6월 13일부터 열흘간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원 2천77명을 대상으로 벌인 모바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42.6%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긍정적이었고 47.4%가 부정적이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부정적인 응답자들은 ‘대입에 유리한 과목으로 학생 쏠림 가능성’(43.2%)과 ‘다양한 수업에 필요한 교과목ㆍ교사ㆍ학교시설 부족’(34.8%)을 지적했다.

　고교학점제가 대선공약이라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ㆍ교사의 과목 개설권을 어디까지 보장할지, (과목별) 낙제 제도가 도입되는지 등 기본개념도 정립돼 있지 않다. 대입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는 가운데 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된 과목만 집중 학습 하는 학습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 충분한 검토ㆍ논의를 거쳐 고교학점제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