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시간에 간신히 맞춰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의 `생방송 시스템`이 또다시 방송 사고를 냈다. 이번에는 아예 드라마 한 회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방송이 중간에 끝나버렸다. 최악의 참사다.
지난 24일 밤 9시 방송을 시작한 tvN 주말극 `화유기` 2화는 9시 40분과 10시 20분께 두 차례에 걸쳐 10~15분간 방송이 지연되는 사고를 내더니 결국 10시 41분 돌연 방송을 종료해버렸다.
`화유기`의 방송 사고를 수습하기 어려웠던 tvN은 결국 드라마 도중 방송을 끝내버리고, 매주 일요일 밤 10시 30분 편성하는 `문제적 남자`를 예정보다 좀 늦게 틀었다.
`생방송 드라마`란 촬영, 편집, 후반작업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만들어야 하는 드라마를 마치 생방송처럼 긴박하고 아슬아슬하게 내보내는 한국 드라마의 웃지 못할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다.
제작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살인적인 인력 운용을 통해 하나의 드라마를 주 2회씩 60분 이상 방송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tvN은 `화유기` 사고에 대해 "요괴라는 특수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했지만 제작진의 열정과 욕심이 본의 아니게 방송사고라는 큰 실수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방송 관계자들은 `화유기`처럼 CG가 많이 필요한 드라마를 `생방송 드라마`로 찍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방송 시간에 맞춰 제작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화유기` 사고에서 알 수 있듯, 한국 드라마 제작진의 안전불감증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년 `생방송 드라마`를 만들어왔고, 몇몇 사고가 있었지만 대체로 방송이 잘 됐던 것에 대한 잘못된 자신감과 믿음이 빚어내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