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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뒤 한 걸음 딛게 하는 에세이
쉼표 뒤 한 걸음 딛게 하는 에세이
  • 연합뉴스
  • 승인 2018.01.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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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숙 작가 `생각 라테` 6년간 라디오 글 묶어
 "올해도 누군가와 한 상에 앉아 말과 음식을 나누겠지요. 요리에 관한 말은 요란해도 정성 어린 밥상은 줄어든 세상, `사랑한다`는 말은 넘쳐도 `사랑`은 줄어든 세상. 말은 줄이고 정성 들인 음식을 대접해야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올해의 소망입니다."

 이 글은 김흥숙 작가의 에세이집 `생각 라테`(서울셀렉션)에 담긴 첫 번째 글 `한 해 소망`의 일부다. `생각 라테`는 전직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작가가 지난 2012년 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6년 가까이 tbs 라디오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를 진행하며 직접 써서 소개한 글 183편을 묶은 책이다.

 각각의 짧은 글들은 1월부터 12월까지 일기 형식으로 정리됐다.

 이 책의 글들은 작가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지난날과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고 올곧은 자리로 한 걸음 내디디려는 자기 수양의 노력이, 그렇게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보통 사람`으로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진솔하게 들여다보고 생각의 전환을 제안하는 글들은 독자에게 공감과 성찰의 여지를 남긴다. 1월 3일 `새 달력을 걸며` 하는 결심을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새 달력을 걸며 결심합니다. `더 많이 사랑해야지. 아니, 아무도 미워하지 말아야지….`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도 똑같은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달라지지 않은 건 저 같은 사람이 많아서이겠지요? 다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저 자신과 싸워야겠습니다. 올해엔 꼭 목표를 이루고 싶습니다. 저를 바꿔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새 달력을 걸며` 중)

 `짬뽕을 시킬걸`이라는 글은 중국집에서 하는 흔한 고민 `짬뽕이냐 짜장이냐`를 두고 생각의 차원을 사회적으로 넓힌 지점이 돋보인다.

 "때로는 상황이 선택을 도와줍니다. 감기 든 사람은 짜장면보다 짬뽕을 찾습니다. 매콤한 국물이 땀을 내게 하여 열을 내려주니까요. 해고노동자들이 높은 망루에 올라가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서는 것도 상황 때문입니다. 상황은 선택을 도울 뿐 아니라 강요하기도 하니까요. 올해엔 상황이 선택을 강요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겨울 추위와 한여름 더위 속에 한데서 시위해야 하는 상황이 없기를 바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일까.

 커피를, 특히 라테를 좋아한다는 작가는 이 책의 첫머리에 제목 `생각 라테`를 이렇게 소개한다.

 "블랙커피가 진리처럼 버겁다면 우선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으로 시작해 보세요. 갈색 커피 바탕에 우유로 그린 꽃이나 나무, 하트 등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 그림을 그려준 바리스타와, 그 커피가 우리에게 올 때까지 거쳤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손과 삶을 생각해 보시지요. 한 잔의 라테가 영혼에 젖을 주어 타인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키우는 걸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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