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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무역 전쟁, 우린 뭘 준비하고 있나
2018년 03월 25일 (일)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oooh5163@naver.com
   
▲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은 경제전쟁이었다. 베르사유조약의 한계, 민족주의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선발산업 국가와 후발산업 국가 간의 식민지 불균형, 폐쇄적 블록경제가 기초체력이 약했던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팽창야욕을 부추겼다. 선발산업 국가가 장악한 시장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식민지 개척에 나서면서 일어난 것이 2차 세계대전이다.

 고대와 중세의 전쟁이 따뜻한 기후를 찾아 나선 이민족의 침입, 영토확장, 왕권유지, 종교적 요인으로 일어났다면, 20세기의 양대 세계대전에는 경제에 기반한 팽창주의와 자국이기주의가 있었다. 이런 점을 들어 일본에는 2차대전의 발발책임이 서구열강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이 식민지를 틀어쥐고 일본의 경제 숨통을 죄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부과와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으로 촉발되고 있는 무역 전쟁의 개막은 2차 세계대전의 음습한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 경제가 70여 년 전과는 달리 한 국가가 임의적으로 좌지우지하기 어렵다고는 하나 여전히 슈퍼 강국의 무역정책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다. 내부의 비판이 적지는 않지만 미국이 무역 전쟁도 불사하려는 것은 디지털시대의 세계경제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패권주의 때문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중국의 확장정책과 미국의 패권유지 야욕이 부딪히면 세계는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일단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무역질서가 점차 꼬여가고 꼬여진 글로벌 무역질서는 제자리로 돌아가기 힘들게 된다.

 자국 이기주의가 팽창일로로 치닫게 되면 집단지성도 힘을 발휘하기 힘들게 된다. 자칫하면 매국노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 자기가 판 함정에 맥없이 빠져들어 갈 수 있다. 양대 세계대전이 그러했다. 무역 전쟁이 총성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세계대전은 아니더라고 일부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는 식의 대리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남의 나라를 패권경쟁의 전장터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슈퍼 강국의 패권 다툼은 필연적으로 약소국의 희생을 불러온다. 자기편에 설 것인지 아닌지를 강요받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한가운데 끼어 있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힘겨운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무역의존도가 높으니 우리가 느끼는 압력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돌아봐야 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소설 같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미국, 특히 중국은 패권경쟁을 양보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종신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 주석이 쿠바 미사일 사태 때의 소련처럼 쉽게 물러날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전과 유사한 면이 적지 않다. 대공황에 블록경제로 맞섰던 서구열강과 현재의 미국, 이런 경제 질서에 반기를 들었던 독일, 일본과 현재의 중국, 소련은 왠지 닮은 측면이 있다. 전쟁을 일으킬 힘도 2차대전 때처럼 가졌다. 종신 총통의 길을 연 히틀러처럼 중국과 러시아도 종신 집권이 가능한 구조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국가주도 자본주의적 성격이 짙다. 그 뒤에는 파시즘적 요소가 어른거린다. 미국에서는 아메리카 퍼스트의 욕구가 압력을 더하고 있다. 또 하나의 경제 강국 일본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이런 대결 구도에 언제든지 뛰어들 태세다. 이런 요소와 압력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 충돌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여러 측면에서 충돌 위험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는 우리다.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라도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짜고 우리가 살아남는 길은 무엇인지 국민적 지혜를 모을 노력이 필요하다. 지켜만 보다 맥없이 당하는 일이 없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의 운명을 강요할 위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데 지방선거에만 온통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설마설마하다가, 내부 다툼에만 힘을 쓰다가 당한 우리 역사는 많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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