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3:20 (토)
한 여자의 방 - 고독의 섬
한 여자의 방 - 고독의 섬
  • 은 종
  • 승인 2018.04.04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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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종

달빛 범선을 타고 고독의 섬에 당도하면

전원 스위치가 반갑게 손을 끌어당긴다

서로의 침묵에 기댄 채

책들이 줄지어 있는 서가

기다림으로 목이 탄 화초들의 마른기침이

잎 그늘에 숨어 쌔근거리고 있다

육중한 몸만큼 입을 굳게 다문 피아노 곁에

홀로 길을 걷고 있는 벽시계는

허밍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혼자서 시를 짓는 책상은

천금 같은 금언들을 업었는지

네 다리가 무겁다

반쯤 입 벌려 졸고 있는 창문 틈으로

금빛 옷을 두른 커튼이 허리 춤을 추고 있다

바람도 별빛 품으로 들어가고

어슥해진 밤의 정점으로 달리는

고독의 섬

외로운 마음끼리

달빛 이불을 덮는다

시인 약력

ㆍ함안 출생

ㆍ창원대 독어독문학과

ㆍ독서치료 프로그램 개발 독서지도ㆍ심리상담사로 활동

ㆍ시집 ‘식탁에 앉은 밭이랑’(2016년) 발간

ㆍ시집 ‘물방울 위를 걷다’(2017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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