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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돌보고 가꿔야 할 도시 공간
함께 돌보고 가꿔야 할 도시 공간
  • 이덕진
  • 승인 2018.04.18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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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진 문화학박사 동의과학대 교양 교수

 도시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장소’이다. 도시의 궁극적인 목적이 단순한 물리적 구성물로서 도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생활의 다양한 욕구와 행위를 담아내는 장(場)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의 길, 거리, 공원, 광장 등은 사람들이 자유로이 접근해 공공생활과 활동을 하는 장소로 공동체 성격을 띤 문화의 영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상업화와 미디어의 발달로 생활패턴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자율적인 참여의식이 줄어들면서 도시의 다양한 공간들이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주택을 비롯해 여러 건물을 오가는 것으로 구성된다. 그런 만큼 건축과 도시가 얼마나 일상을 잘 고려하는지에 따라 행복한 일상이 좌우된다. 좋은 건축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고, 좋은 도시는 우리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한다. 도시와 건축을 보살피는 것은 우리의 일상과 삶을 보살피는 것이다. 건강한 건축은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중요한 활동이고 친절한 도시는 행복한 삶의 시작이 된다. 현대 도시 생활에서는 삶의 질의 다양성과 안락함을 동시에 요구하는 도시문화가 형성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친절한 도시에서 안전한 삶을 살아갈 권리 또한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행복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이는 공간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공간들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이 주장한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나중에 그 지역 일대가 무법천지로 변한다는 이론으로 무질서와 범죄의 전염성을 경고한다. 안전한 도시환경은 사람들을 도시 내부로 끌어들이는데 필수적이다. 물리적으로 안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공공 공간 안에 갇히거나 미아가 된 느낌을 받게 되고, 신속하게 나갈 길을 찾을 수 없다면 그곳은 기피 대상이 된다. 안전하고 안락한 삶을 위해 우리는 도시를 디자인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도 디자인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간도 디자인한다. 디자인에는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대상 혹은 공간을 가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사람과 공간, 공간과 건축, 건축과 도시, 도시와 자연, 자연과 마음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가꿈’은 식물이나 그것을 기르는 장소 따위를 손질하고 보살핀다는 의미이다. 좋은 상태로 만들려고 보살피고 꾸려가는 행위이다. ‘돌봄’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것을 뜻한다. 두 단어 모두 정성을 기울여 대상이나 공간을 보호하며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보살피는 일이다. 단순히 도시와 건축을 관리하는 것은 보살핌이 아니다. 어떠한 배려나 공감 없이 최소한의 법적 요건만 갖춰 계획하는 행위는 겉모습을 꾸미기만 하는 관리의 모습이다. 그 안에는 돌봄과 가꿈이 줄 수 있는 안전함과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

 매일 걷는 길과 도로, 종종 사용하는 공중화장실, 편리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 공원의 편의시설 등 우리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 속에서 조금씩 보살핌의 의미가 퇴색돼 가는 듯하다. 단지 꾸미기에 열중한 나머지 정작 제일 중요한 사람에 대한 배려는 뒷전이다.

 배려해 계획된 공간에서는 어디를 손봐야 할지, 무엇이 불편한지를 알 수 있다. 공간은 매일 돌보고 가꿔야 한다. 아기를 보살피듯 사랑을 담아 가꾸면 어느 순간 풍요로운 생활환경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를 배제한 형식적인 계획은 돌보지도 가꾸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위험한 공간이 된다. 아무리 좋은 공간도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어진다.

 자신의 주변 공간을 보살피다 보면 지역 살림에 관심을 두게 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치던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을 다시 발견하고 인식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중요성 또한 깨닫게 될 것이다.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시설을 돌보고 가꾸는 노력도 중요하다. 새로운 것을 계획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것을 잘 돌보고 가꾸면서 조화를 이룰 때 더 좋은 도시환경이 탄생하며, 사소한 곳에서라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공간이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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