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9:09 (토)
아홉 작가들의 고뇌 엿보다
아홉 작가들의 고뇌 엿보다
  • 어태희 기자
  • 승인 2018.06.06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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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개최한 `정신과 시간의 방`에 전시되는 고우정 작가의 작품 `그렇기 때문에, 지탱하다`(위)와 이영희 작가의 작품 `너는 어때 가식화된 이미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입주작가 보고 전시회

`정신과 시간의 방` 개최

 검게 탄 동물을 뼈가 덩어리를 이루며 공중에 매달려 있다.

 크고 작은 두상들이 빨강, 초록, 파랑 등 유약으로 어지럽게 뒤덮여 있고, 한 켠에는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많은 사람들이 입었던 헌 옷을 색의 층위에 따라 기둥처럼 쌓여있다.

 강렬한 붉은 방 안에 마치 속은 타버리고 검게 형체만 남은 사람과 그릇 따위의 오브제들,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구부러지고 뒤틀린 거대한 덩어리,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그림과 도자가 어우러진 설치 구조물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아홉 개의 작품들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에서 개최 중인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볼 수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4, 5갤러리에서는 24일까지 세라믹창작센터 입주작가 보고전인 `정신과 시간의 방`을 개최한다.

 예술가로서 지속적인 활동과 성장을 위한 일종의 훈련장소라고 할 수 있는 레지던시 기관인 세라믹창작센터에는 아홉 명의 영 아티스트들이 3개월이라는 입주기간 동안의 연구와 도전을 발표하는 자리다.

 전시를 통해 작가 개개인이 각자 구축해온 작품세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며, 향후 예술 활동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 입주작가 9명은 각자 자신의 경험에 의해 나타난 물음과 내부적 자아성찰, 그리고 사회문제나 현상에 대한 관심, 순수한 미술의 조형적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인상들 등에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을 투영하고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도자 매체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고우정 작가는 자신의 주변 환경과 경험들에 의해 발생하는 정서적 긴장과 이를 해소해 나가는 주관적인 서사를 `감정의 자화상`이라는 주제 안에서 풀어내고 있다. 김민영 작가는 붉은 방과 그 안에 실체가 없는 껍데기의 이미지로서의 인체와 주변 사물을 배치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단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김윤아 작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입지 않는 헌 옷들을 수거해 전시장 바닥에서 천장까지 기둥을 세움으로써 이 시대가 요구하는 `모범`시민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영희 작가는 침대 매트리스의 부속품을 재구성해 흙과 소성을 통해 실제 기능과 형상이 달라진 새로운 물체로 제작함으로써 더 이상 필요 없는 실체와 조작된 이미지 사이에서 소비되는 인간 가치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장용선 작가는 사람들이 먹고 버린 동물을 뼈를 이용해 도시의 마천루와 같은 성장을 위해 희생되고 그 주변부로 밀려나는 자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송윤정 작가는 평소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사건과 감정들을 시로 기록하고, 이를 다시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형상과 이미지로 각각 도자와 캔버스에 옮겨놓았다.

 박소정 작가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내면의 갈등과 상념들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특정지어지지 않은 하나의 덩어리로 상정하고, 거기에 외부적인 압력을 가해 본래의 안정된 형태를 일그러뜨린 모습으로 시각화했다.

 김진휘 작가와 윤성호 작가는 각자의 회화, 도자 장르를 한 공간 안에서 설치작업으로 풀어내며 선과 면, 덩어리 등 순수한 미술의 조형 요소와 매체들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인상들을 만들어낸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개최되며, 전시와 더불어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세라믹창작센터를 관람객들에게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를 개최한다.

 매년 1회 또는 2회씩 개최되는 오픈스튜디오는 평소 비공개로 운영하는 세라믹창작센터를 개방해 관람객과 작가가 만남으로써 서로 직접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예술작품의 탄생과정과 창작에 대한 각 작가들의 개인적인 사유와 작품세계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23일에는 오픈스튜디오 개막을 알리는 음악 공연을 시작으로 이틀에 걸쳐 스튜디오 투어, 아트마켓, 보물찾기, 작가와 함께 대형 그림 그리기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다.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젊은 작가들이 표출하고 있는 다양한 내적 또는 사회적 문제에 함께 공감하며 이들이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 작가와 관람객이 직접 교류하고 함께 소통하며 하나의 예술적 동지로서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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