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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새로운 공공장소
2018년 06월 13일 (수)
이덕진 7618700@kndaily.com
   
▲ 이덕진 문화학박사

 도시개발에서 공공장소의 디자인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공공장소는 공간에 대한 공공투자를 활성화하고, 도시계획에서 남겨진 자투리땅 이상의 역할을 한다. 이는 도시가 물리적 형태일 뿐 아니라 사회적 리얼리티를 담는 그릇이며, 공공장소는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란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런 개념으로 공공장소와 공공미술을 설정하는 일은 늘고 있지만, 그 개념이 지켜지지 않거나 미술, 공간 모두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오래전 그리스 시대부터 도시의 문화는 광장에 의해서 발전했다. 사람들이 모이고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도시의 중심에 있었으며 도시 생활의 중요한 장소였다. 그러나 공공장소는 유지하고 이용하는 커뮤니티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광장은 그저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도시화가 진행된 나라일수록 예전과 같은 커뮤니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현대도시에 등장하는 광장에는 오픈스페이스를 창출함과 동시에 복합시설을 가까운 곳에 배치하는 수법을 구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로테르담의 스카흐부르그 광장은 광장과 영화관이 하나로 정비돼 영화제를 비롯한 이벤트가 열리면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도시의 활기를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수법에 의해 도시의 오픈스페이스는 그 공간을 지탱하는 커뮤니티를 가상적으로나마 만들 수 있게 된다.


 도시에서 중심과 주변이라는 새로운 대립 축이 생기면 주변에는 도심에 비해 비교적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치안이 악화되고 행정 서비스의 정체가 일어나기 쉽다. 모든 도시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도시는 여러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항상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장소의 이미지는 종류에 따라 장소나 공간에 대해 단순화되고 일반화되거나 때로는 진부한 인상을 심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완벽하게 도시를 알기란 불가능하다. 주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복잡한 실제 세계를 몇 개의 선택적 느낌으로 단순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선택적인 방법을 통해 우리는 장소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장소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자연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양상들 및 이러한 것들을 조합해 과장하는 반면, 그 외의 것들은 축소하거나 심지어 제외시키기도 한다. 인식의 세계에서 이미지는 실제보다 더 중요하다. 실제로 이미지는 도시에 대한 이익과 불이익 모두를 가져올 수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 도시 이미지는 로컬리티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프랑스 라빌레트 공원이 있는 부지는 파리에서도 손꼽히는 도살장이 있었다. 3천명 이상이 일하는 큰 도살장이었다. 지난 1998년 이 55㏊의 부지에 전시와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는 과학 산업박물관과 음악 활동을 위한 음악시티를 배치했다. 도살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를 새롭게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재생함과 동시에 적극적인 문화 창조의 공공장소로 재활용됐다.

 시민을 위한 공공장소는 그들의 생활 속 어디까지 파고들어야 하는가, 어디까지 이용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가, 그 미묘한 밸런스, 지극히 섬세한 균형점이 필요하다.

 열려있는 공공장소에는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이 모인다. 공공장소를 관리하는 주체가 주민이라면 이곳을 사용하는 주체도 주민이다. 공공장소의 하드웨어적인 설계 측면에서는 다른 방법도 있을지 모르지만 공공장소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져 어떻게 관리되는가 하는 점이야말로 주목해야 한다. 하나의 공공장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서로 관련돼 그 후에도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성되고 이렇게 커뮤니티 교류의 촉매가 되는 장소야말로 공공장소가 본래 완수해야 하는 역할이다.

 ‘자연발생적인 도심지’, ‘오가닉(Organic)한 도심지’ 등의 말이 있다. 물론 도시는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연적으로 발생한 듯 기계 같지 않고 유기체처럼 보이는 공공장소가 있다. 그것은 설계자 한 명의 지혜에 의해 단기간에 형성된 단지(團地)같은 공간이 아니라 1천명, 1만 명의 지혜와 열정이 더해지고 축적되고 시간이 흘러서 숙성된 결과로 생동하는 공공장소이다. 천재 한 명은 건축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도시를 만들지는 못한다. 지휘자 혼자서는 음악을 연주할 수 없다. 암묵적으로 공유된 리듬과 코드 진행을 따라 울려 퍼지며 변화해가는 집단의 음악과도 같은 도시 공간, 특정한 디자이너가 없는 도시 디자인, 1천명, 1만 명의 지혜로 이뤄진 집합적이고 특징적인 도시야말로 진정한 공공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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