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12:08 (금)
어르신 폭염시위 방사능 시설 막았다
어르신 폭염시위 방사능 시설 막았다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8.07.26 0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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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범곡마을 55일째 농성
업체 “민원 해소 후 재신청”
 

   
▲ 김해시 범곡마을 주민 5명이 25일 오전 11시 방사능 시설 입점 건물 앞에서 55일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 김용락 기자

방사능 시설 입점을 반대하던 주민들의 폭염 시위가 결국 방사능업체의 입점을 저지했다.

 김해시 한림면 병동리 범곡마을에서 방사능 업체 입점 저지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방사능 시설 반대위원회는 오는 29일 집회를 해산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방사능 업체가 지난달 26일 작업장 폐지 신고를 냄으로써 일단 저지에는 성공했으나 업체 측이 ‘민원이 완전히 해소된 후 작업장 개설을 재신고 할 것’이라는 입장 때문에 지금까지 55일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25일에도 범곡마을 주민 5명이 농성 시위를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방사능 업체가 작업장 폐지를 알렸지만 혹시 모를 시설 사용에 대비해 폭염 속에서도 집회 현장을 지키는 중이다.

 농성 천막 안에는 선풍기, 부채, 물만이 어르신들의 더위를 달래주고 있다.

 폭염이 심해지자 집회에 참여한 3명의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심점연 할머니(83ㆍ여)는 “폭염 속에서 집회 현장을 지키다가 쓰러져 병원에 1주일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며 “다른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구토 증세를 겪는 등 집회를 하면서 고생이 많다”고 말했다.

 조선기자재 생산과정에서 방사능 투과검사를 하는 이 업체는 지난 2월 인근 어병마을에 자리 잡고 방사능 발생장치 사용신청을 했다. 하지만 그곳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 끝에 사용신청을 철회했다.

 해당 업체는 불과 3개월 뒤인 지난 5월 범곡마을 공단으로 옮겨 시설을 재설치하고 방사능 발생장치 사용신청을 주민 설명 없이 신고했다.

 이에 범곡마을 주민들과 공단 근로자들은 지난 6월 2일부터 방사능 시설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려 집회를 이어왔다.

 대책위원회는 그동안 징, 북 등 사물놀이 시위 등을 진행해 입점 반대를 주장해왔다.

 이 업체는 지난달 26일 작업장 폐지를 신고하며 ‘민원이 완전히 해소된 후 작업장 개설을 재신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무더위가 시작된 이달부터는 어르신들의 건강상의 문제로 오전과 저녁 시간대에 5~6명씩 구성해서 집회를 진행 중에 있다.

 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원자력 안전 위원회에 방사선 작업 개설신고 불허와 재신청 시 연락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 협조문을 보낸 상태다.

 성남기 반대위원회 위원은 “방사능 업체는 민원이 완전 해결된 후 작업장 재신청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곳 주민들과 기업들은 목숨을 내놓아도 방사능 업체를 둘 수 없는 입장이라 앞으로 재허가는 절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는 오는 29일까지 진행하고 더 이상 연장하지는 않을 계획이다”며 “더위를 무릅쓰고 집회 장소를 지킨 어르신들 덕분에 입점을 막고 2달여 만에 집회를 멈추게 됐다”며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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