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8:04 (토)
“강력사건에도 음주측정 강화해야”
“강력사건에도 음주측정 강화해야”
  • 김용구 기자
  • 승인 2018.11.05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제 묻지마 폭행 심신미약 악용 소지

“술에 취해 기억 안 나” 해결책 있어야

 속보= 거제에서 만취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을 두고 음주 운전뿐만 아니라 강력 사건에서도 음주 측정을 규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자 4면 보도>

 음주 여부와 그 정도는 심신미약을 가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주취 범죄 수사 시 관련 지침이 없는 터라 피의자 진술에 의존하는 등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4일 거제시 고현동 한 선착장 인근 도로에서 50대 여성을 폭행해 사망케 한 A씨(20)가 범행 직후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당시 A씨 만취한 상태라고 판단, 고의성이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살인’ 혐의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당시 술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A씨가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며 “A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경찰은 수사 당시 “지인들과 3병가량 술을 마셨다”는 A씨의 진술 등에 근거해 A씨의 주취 정도를 판단했으며, A씨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건 당일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가 폭행 중 상의를 벗었다가 다시 입은 점 등을 들어 A씨가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사리분별 가능한 상태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해 논란됐다.

 이처럼 A씨 주취 정도를 두고 검경 의견이 엇갈리자 SNS상에서는 A씨가 주취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염두에 두고 경찰 진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강력 사건에서도 음주 측정을 해 감형을 목적으로 심신미약을 악용하는 사례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주취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 금지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에는 공감하지만 음주 측정을 메뉴얼화하는 것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 정서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음주 측정 등 심신 미약에 대한 수사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심신미약은 주취뿐만 아니라 마약, 정신착란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에 대한 증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인력 등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를 대상으로 심신미약 수사를 하는 것은 인권 측면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도 있고 음주측정으로 만취 여부를 가리는 것은 재판의 유연성도 침해한다”며 “이에 대한 판단은 법정에서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심신미약자에 대해 처벌을 줄여주는 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김항규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 절차가 아니라 심신미약이 증명되면 감형해 주는 법 제도가 문제”라며 “이 부분에서 개선이 선행되면 음주 측정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의미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