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9:24 (일)
우리들이 배워야 할 느긋함의 미덕
우리들이 배워야 할 느긋함의 미덕
  • 하성재
  • 승인 2019.04.29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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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바쁜 리더, 나쁜 리더"라는 말이 있다. 이는 리더는 절대로 바빠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분명 긴급한 일은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위기의 때에 그 상황을 벗어나야 하는 일이나, 마감일을 앞두고 있는 시급한 일을 빠르게 대처하는 등 만사를 제쳐놓고 대처해야 할 긴급한 일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그런 기분을 느끼며 산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실제로는 그렇게 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다급하게 여기며 산다면 우리의 마음과 정신, 게다가 소중하게 가꿔야 할 관계들은 문제를 일으키고 말 것이다. 리더에게는 반드시 여유와 느긋함이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곳곳에 경고등이 켜져 있는 것 같다. 바쁨과 바쁨이 충돌하고, 우선순위 없이 뒤죽박죽 갈등을 일으킨다. 그래서 모두가 "살기 힘들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정글과 같이 날마다 경쟁을 하면서 `이것은 아닌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경쟁의 바퀴에서 내려오는 용기는 없다. 게다가 좀 쉬고 누리는 것에 대한 죄의식도 있다.

 이러할 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느긋함이다. 느긋함은 게으름이 아니다. 잠언을 쓴 지혜의 왕 솔로몬은 개미를 보며 풍족한 노동의 교훈을 배우라고 권한다. 개미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다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느긋하게 해치울 뿐이다. 이처럼 느긋함과 게으름은 전혀 다르다. 게으름은 생기를 주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태도이다. 정신과 의사 김진은 `게으름과 바쁨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한다. 정리되지 않은 바쁨은 게으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느긋함과 게으름을 구별하면서 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권태, 현실도피에 빠지는 것은 분명한 게으름이다. 어딘가에 있을 더 나은 인생을 상상하면서 자기 인생을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현재`에 살기보다 `만일`이라는 환상에서 사는 것이다. 건강을 위한 훈련이나 일상의 훈련은 지루한 시간 낭비가 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마음속에서는 자꾸 이런 생각이 충동한다. "일은 많이 하지 않았어? 그러다 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네가 좋아하는 웹사이트를 방문해 봐.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확인해야지? 누가 네 블로그에 방문했는지 확인해봐.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잠깐 머리를 식히는 것이 어때?" 그리고 이를 따르다 보면 결국 메마르고 불쾌한 불모지에 떨어지고 만다. 매일매일 지루하고 따분한, 그러나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에서 손을 떼게 된다.

 또 `과로`는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다. 더 많은 일을 함으로써 내가 더 가치 있게 된다는 착각을 하고,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좀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태도는 그 일의 `질(質)`보다는 `양(量)`에 집중하는 태도로서 많은 일을 했지만 정작 가치 있는 일은 별로 하지 못하게 된다. 권태에 빠져 웹서핑과 소셜미디어를 뒤지는 행위와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이런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정생활에서도 나타난다. 부모가 자녀들을, 배우자들이 서로를 바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가족들의 서로에 대해 존중과 사랑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와는 반대로 각자 여러 일을 하다가 결국 가정이 어려워지고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의 태도에는 느긋함이 있어야 한다. 내게 그리고 우리 조직에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고, 성공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안달복달하는 마음을 제거하고 마음의 평화를 누릴 때, 우리는 게으름이 아닌 느긋함으로 또 다른 세계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인생의 3대 슬픔 중의 하나가 `소년급제(少年及第)`라고 했다. 너무 빠른 장원급제가 그 사람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를 성숙시키고 성장시키고 있는지 살펴보라. 내 인생의 속도가 어떠한지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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