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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와 K-POP의 크로스오버
트로트와 K-POP의 크로스오버
  • 이광수
  • 승인 2019.05.08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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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최근 모 방송국에서 3개월에 걸쳐 1만 5천명이 참가한 `미스트롯`이라는 경연을 펼쳐 침체된 트로트 가요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종 우승 후보자가 가려지고 난 후 준결승까지 오른 12명의 가수들이 전국 순회공연 투어에 나섰다. 우승자에게 준 상금 외에 100회 공연 기회 제공의 프로모션인 것 같다. 시청률 18%를 찍은 프로답게 중장년층은 물론 투표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한 젊은 층도 트로트의 새로운 매력에 푹 빠져들어 열광했다. 트로트(Trot)의 어원은 서구의 춤곡인 폭스트롯(Foxtrot)이지만 실제 음악은 구한말(1920~194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일본에서 유입된 `엔카`에서 유래됐다. 유사 장르인 뽕짝이 있으나 다소 급이 낮은 장르로 취급된다. 트로트는 중장년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일반가요보다 수명이 긴 것이 특징이다. 주로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주제로 한 가사가 많으며 한을 정서의 밑바탕에 깔고 있는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 대중가요다.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엔카`에서 비롯된 장르의 왜색가요라고 폄하하는 바람에 한때 금지곡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가 대표적 사례이다. 1970년~198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트로트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발라드와 힙합의 열풍에 밀려 쇠퇴기를 맞았다. 주로 10~20대를 겨냥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새로운 힙합 그룹의 거센 돌풍으로 트로트는 중장년층 전유의 가요로 그 명맥을 유지하는 가운데, 수많은 트로트 가수 지망생들의 꿈은 K-POP 아이돌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처럼 실의에 빠진 수천 명의 트로트 가수 지망생들에게 이번 `미스트롯` 경연은 꿈과 희망을 심어 줬다. 지망생 면면을 보니 다양했다. 1만 5천명이 지원한 가운데 최종 12명이 준결승전에 올랐는데 노래 실력은 기성 가수 뺨칠 정도로 훌륭했다. 트로트가 왜색가요라서 국민 정서에 반한다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음악은 언어와 종족과 국경을 초월하는 소리 예술의 한 장르이다. 따라 부르기 쉽고 가사도 우리의 정서에 잘 부합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일관계가 과거청산과 독도 영유권 문제로 불편하긴 하지만 정치와 노래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샹송, 이태리의 칸쵸네, 맘보, 탱고, 일본의 엔카 등 대중음악은 각 나라의 인종적ㆍ문화적 이유로 계승 발전해 왔다.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녹아든 트로트를 왜색이 짙다고 배척하는 것은 자기비하의 피해망상증일 뿐이다. 혐한정치가 극성을 부리는 일본에서 청소년은 물론 주부들까지 왜 한국의 K-POP에 열광하고 있는가.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진 국수주의는 나라발전에도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한편, 세계 청소년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방탄소년단(BTS)은 올해도 미국 빌보드 음악 차트 2개 부문에 톱으로 랭크돼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빌보드 1개 부문 정상에 올라 유엔총회에 초청돼 연설도 하고 공연도 펼쳤다. 우리나라의 국위를 세계에 선양해 온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의 대형 공연장에서 전석 초단시간 예매 매진이라는 기록까지 세우며 성공적인 월드투어를 올해 초까지 마쳤다. 이번 수상 후 6만 구름 관중이 운집한 LA 로즈볼 스타디움 공연을 시작으로 미국 시카고, 뉴저지, 브라질 상파울루, 영국 웸블리,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 시즈오카 공연까지 2차 월드투어를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는 가히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폭발적이다.

 K-POP은 일반적으로 한국의 대중음악을 통칭한다. 영미권이 대중음악을 팝송이라 하기 때문에 K-POP도 한국의 대중음악 정도로 부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2천년대 중반 2세대 아이돌 보이그룹과 걸 그룹이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K-POP을 그들 그룹의 음악만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쨌든 K-POP은 이제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한국의 대중음악으로 부르는 대명사가 됐다. K-POP의 거센 바람은 한류라는 이름으로 다른 연관 산업의 발전에도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K뷰티, K푸드, K패션뿐만 아니라 K-POP을 한글 가사로 따라 부르기 위해 재외한국문화원을 찾아 한글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도 한국의 경제발전과 K-POP의 영향으로 한국어 학과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이처럼 K-POP 열풍은 한국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하는 계기가 됐으며, 한국 제품 하면 `싸구려 하급품`이라는 편견을 불식시켜 수출증대에도 기여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이와는 정반대로 극한 대립의 권력투쟁으로 날밤을 지새우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젊은 천재들이 드높이고 있는 국위 선양에 먹칠을 하는 후안무치한 정쟁은 하루빨리 끝내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이제 트로트와 K-POP은 우리 고유의 DNA를 기반으로 장르의 특성을 잘 살려 `크로스오버`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상생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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