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53 (토)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나라 노르웨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나라 노르웨이
  • 김성곤
  • 승인 2019.08.29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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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교육심리학 박사ㆍ독서치료전문가 김성곤

 노르웨이는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나라로 인구 520만 7천689명(2015년)이며 수도는 오슬로이다. 덴마크에서 크루즈를 이용해 이른 새벽 오슬로에 도착했다. 해가 지지 않는 바다도 신기했고 덴마크에서 오슬로로 들어갈 때 해협이 좁아지며 해안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다.

 오슬로는 노르웨이의 수도로 도시 전체가 공원 같았다. 비겔란 조각 공원을 방문했는데 비겔란은 20세기 초 자신의 작품 200여 개를 기증할 의사를 오슬로시에 밝혔고 그의 뜻을 받아들여 오슬로시에서 조각공원을 설계하고 구성해 오늘에 이르게 됐는데 안타깝게도 비겔란은 조각공원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조각공원 전체를 돌아보면 인생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을 조각으로 표현한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조각이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사람처럼 실감 났고 조각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조각의 모습들이 삶의 무게로 내게 전해졌다. 조각 가운데 인기가 많은 `우는 아이` 앞에서 나도 아이의 손을 잡고 한 컷 사진을 찍었다. 조각 공원 위쪽에는 17미터에 달하는 `모놀리트`라는 조각 기둥이 있다. 사람의 실제 크기 만큼 조각해 놓았는데 삶의 예쁜 모습만 조각한 것이 아니라 삶의 어두운 면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게 했다.

 노벨 평화센터를 둘러봤고 뭉크의 작품 `절규`가 전시되고 있는 미술관을 지나 아름다운 산간마을 플롬으로 이동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간마을에서 우리는 하룻밤을 묵고 산악열차를 타고 플롬-미르달 구간 절경을 감상했다. 플롬-미르달 구간은 1시간 정도 소요됐고 열차가 전설 속의 요정이 나타난다는 효스폭포 앞에서 5분 정도 정차했는데 시원한 물줄기 아래서 요정으로 인해 목동들이 양이 됐다는 노르웨이의 전설을 들으며 사진을 찍었다. 아직도 그곳에는 요정들이 출현했는데 요정들은 그 지역 예술대학 학생들이라는 것을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기차에서 내려 우리는 한참을 걸어 Voss의 카페에 들러서 점심식사를 했고 그곳에서 먹는 물맛은 내가 어릴 때 고향 동네 나무 아래 있는 우물의 물맛 만큼이나 좋아서 잊을 수 없다. 중세 목조 건축물의 보고 브리겐은 바다 위에 나무를 깔아 건물을 만들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고 왠지 오랫동안 서 있으면 울렁증이 날 것 같았다. 유럽에서는 식당에 가서 휴지를 쉽게 발견할 수 없었는데 노르웨이도 예외는 아니었고 일회용 사용하기를 자제하는 것 같았다. 이런 모습 속에서 환경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들의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자연은 경탄할 만 했고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자연은 그렇게 질리지 않는 고마운 존재였다. 깊은 협곡과 폭포, 끝없이 이어지는 피오르… 나는 버스 투어가 다소 피곤을 느끼게 했지만,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여름인데 아직 산에는 빙하가 남아있었고 협곡 아래 집 위에는 풀을 얹어 놓았다. 궁금해 가이드에게 질문했는데 보온을 위해 지붕에 자작나무를 깔고 위에 풀을 얹어 놓았다고 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예전 산 협곡에 있는 초가는 예전 마을 여인네들이 치즈를 짜던 곳인데 그곳에서 일하던 여인들이 백야현상으로 밤낮없이 일을 했는데 그들을 모함해 마녀라고 해 죽이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나중에 마녀가 아님이 발견돼 주모자들이 사과했다고 하는데 죄 없는 사람이 어이없게 죽는 일이 있었다고 하니 나 또한 언제라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빙하의 물이 녹아 U자 곡이 형성되고 U자 곡에 바닷물이 차게 되면 이를 피오르라고 한다(두산백과 사전). 노르웨이의 송네 피오르는 길이가 204㎞로 세계에서 가장 긴 피오르이다. 깊이가 1천300미터 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얼마나 길고 깊은 피오르인지 짐작이 된다. 송네 피오르의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목가적인 풍경에 나는 편안함과 쉼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할 때도 즐겁지만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프로그램을 보며 다녀온 곳을 다시 감상하는 것도 즐거워서 나는 다녀온 곳의 여행프로그램을 다시 보는 편인데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에서 노르웨이 가정의 일상을 담은 것을 보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유치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이 10분 거리인데도 아이들의 투정과 장난도 받아주며 1시간을 소요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 위주가 아닌 아이 위주의 유아교육 태도를 볼 수 있었고 유아교육 기관이든 집이든 아이에게 명령하는 말을 쓰지 않고 아이에게 함께하자는 뜻의 청유형의 말을 쓰는 것을 보며,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연 못지않게 그들 내면에도 그들을 지탱하는 조용한 힘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노르웨이 여기저기를 다녀보아도 꾸며놓은 것 보다는 전통을 지키고 전통을 보존하고 이어나가는 그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깨끗한 공기, 시원한 바람, 나무, 숲… 자연이야말로 우리에게도 미래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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