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41 (일)
사고 1년 지나도 윤창호 친구들은 뛴다
사고 1년 지나도 윤창호 친구들은 뛴다
  • 김용락 기자
  • 승인 2019.09.2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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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기자 김 용 락
사회부 기자 김 용 락

22살 대학생의 억울한 음주운전 사고에

공론화ㆍ법안 발의 진행한 친구들

국민들 사회적 경각심 가지게 하고

사고 감소하는 등 효과 거뒀지만

1년 지난 지금도 근절 위해 발걸음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 25일, 추석 연휴 기간 휴가 나온 윤 씨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몰던 BMW에 치여 의식을 잃었다. 병원에 옮겨진 윤 씨는 끝내 11월 9일 숨졌다.

자칫 평범한 사고로 마무리될 수도 있었을 윤 씨의 사고를 공론화하고 국민들의 분노 등 관심을 이끈 것을 윤 씨의 친구들이다. 사고 발생 4일째 되던 날 윤 씨의 중ㆍ고등학교 친구 10명은 윤 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윤창호법 법안 문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아예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하기도 했다.

 이들은 10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음주운전 처벌기준 강화를 주장하는 글을 올리면서 윤 씨의 사고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렸다. 이 국민청원은 4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22살 대학생의 안타까운 사고는 그동안 알면서도 개선되지 않았던 음주운전 근절의 신호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답했다. 국민청원 시행 이래 처음으로 문 대통령은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이자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처벌과 교육 강화를 지시했다.

 윤 씨 친구들이 만든 법안은 국민의 목소리가 돼 지역구 국회의원인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의원 104명의 동의로 국회에 정식 발의됐다. 이어 11월 29일 음주 사망 사고 발생 시 최대 무기징역 등 음주운전 사고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돼 12월 18일부터 시행됐다. 또, 12월 7일에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제2 윤창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돼 올해 6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같은 법 개정은 지난 1년간 윤 씨 친구들이 윤 씨 죽음의 억울함과 제도의 부당함을 알린 결과다. 이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사회적 인식까지 바뀌었다.

통계를 봐도 음주운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두 달 만에 음주운전 사고는 37% 감소했다. 지난 6월 25일부터 8월 24일까지 두 달간 음주 교통사고는 총 1천9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천145건)보다 37.2% 줄었다. 음주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는 이 기간 903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1천484건)보다 60.8% 감소했다. 또, 같은 기간 음주운전 적발 운전자는 전년 2만 7천935명에서 1만 9천310명으로 30.9% 감소했다. 음주 기준 강화 이후 출근길 대리운전도 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차례 법 개정이 진행됐지만 윤 씨 친구들의 음주운전 근절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26일 남해고속도로 진주휴게소 부산 방향에서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을 펼쳤다. 이날 윤 씨 친구들은 `고속도로 음주운전 근절`이라고 쓰인 어깨띠를 매고 휴게소를 찾은 운전자들을 상대로 `고속도로 음주운전 근절 서약서`를 받고 도로 공사가 준비한 음주운전 근절 홍보물을 나눴다. 지난 8월부터는 한 시민의 도움으로 음주운전 근절 배지를 제작해 블로그를 통해 무료로 나누고 있다.

 그동안 음주운전에 대한 위험성은 다양한 방면을 통해 알렸지만, 그 어떤 정치인도 해결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음주운전 불감증에 빠진 듯 `뭐 어때?`라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친구의 억울한 죽음에 직접 나선 청년들은 세상을 바꿨다.

 윤 씨의 사고 이후 윤 씨 친구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음주운전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윤 씨 친구 예지희 씨는 "음주운전을 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바뀔 때까지 계속 뛸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그래야만 윤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우정과 눈물을 생각한다면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임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음주운전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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