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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서 성공하기 어려운 제3후보
한국 정치서 성공하기 어려운 제3후보
  • 이태균
  • 승인 2021.03.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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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균 칼럼니스트
이태균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제3후보로 이름을 맨 먼저 올린 사람은 지난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었다. 정 회장은 1992년 3월 총선을 앞두고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31석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고, 12월 대선에 출마해 총력을 다했지만 16.31% 득표에 그쳤다.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의원은 제3후보였지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통해 노무현 후보에게 흡수되고 말았다. 두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회창 씨도 무소속으로 2007년 대선 제3 후보로 출마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에 제3 후보의 맥을 이은 사람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로 현 국민의당 대표다. 하지만 그는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2020년 총선과 2021년 서울시장 야당 단일후보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제3 후보로서의 승부수를 이번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던졌지만 결국 제1야당 오세훈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지금 세간에서는 2022년 3월의 대선을 앞두고 제3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는 아직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과 여론의 집중적인 조명 속에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총장을 두고 그가 특수통 검사로서는 명성을 얻었지만, 정치를 하기위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은 부족할 것이라고 평가절하 한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을 보더라도 정치, 경제, 외교와 국방, 사회와 문화 등등 다방면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었다.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만물박사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국가 경영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결단력은 갖춰야 한다는 것을 우리 정치사는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3후보가 성공하기 어려운 것은 조직과 자금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은 선거 때 국고지원도 받을 수 있고 특히 핵심 당원들을 통한 SNS 홍보전략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당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는 TV 토론이나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수 있는것도 큰 장점이지만, 제3후보가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정치 지형에는 진보, 보수와 중도층이 있는데 제3후보는 아무래도 진영논리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진보와 보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확고해 제3후보가 파고 들기 쉬운 곳은 중도층인데 중도층은 대부분 선거 막판에 이르면 될 사람을 밀어주는 성향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확보할 수있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 정당 후보가 유리한 것이다.

특히 제3후보는 기존 정치에 대한 식상(食傷)을 파고들며 정치개혁으로 신선한 바람을 초반에는 일으키지만, 실제로 정치판에 뛰어들면 신선한 흐름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입으로는 정책대결을 외치면서 선거판이 달구어지면 상대 후보의 흠집 내기로 표심을 모으는 것이 대부분의 선거 전력이다. 이래저래 제3 후보가 설 땅은 좁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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