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0:01 (월)
자서전의 명암
자서전의 명암
  • 이문석 지방자치부 부장
  • 승인 2021.06.10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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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석 지방자치부 부장
이문석 지방자치부 부장

근래에 와서 정부 고위 공직을 지낸 두 분의 자서전이 다수 국민들의 아픈 마음에 불을 질러 씁쓸하다.

국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참회보다는 자기의 억울함을 합리화시키려는 위선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정치가 4류 라고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서전은 공직자든 흉악범이든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다소 어려운 장르에 속하므로 참회록을 쓰듯 써야 최소한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변명만 하고 미화하고 거짓까지 보태는 위선적 자서전은 국민들이나 후배 공직자에게 의미 있는 자서전이 될 수도 없고 국민들 마음속에 짜증만 증폭시킨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서전을 씁시다` 라는 소설을 집필한 이청준은 자서전을 원하는 사람에 대해 "적나라한 진실을 증언할 용기도 없고 자신의 과거와 상관없는 새로운 내력을 갖고 싶어 자신의 삶을 거짓 증언한 위인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고위 공직자나 선출직의 자서전은 대부분이 세상에 있는 그대로 참회하는 내용은 없고 자화자찬 일색으로 위선의 극치를 보임으로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얼굴을 드러낸 `한명숙의 진실`과 `조국의 시간`을 대강 살펴보면 한씨는 "10년간 슬픔과 억울함으로 꾹꾹 눌러 진실을 썼다"고 했다.

수억 원의 뇌물이 명백한 증거로 인정돼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있었음에도 반성과 속죄보다는 무엇이 그리도 억울한 건지 일반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데 재심운운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어 그 속내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또한 조국 전 장관은 소셜 미디어에 집필동기를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꾹 참고 썼다"고 했으며 자서전에는 "이 책을 촛불시민에게 바친다"고 했다.

평등ㆍ 공정ㆍ 정의를 내세우며 출범한 정부의 법무부 장관을 지내신 분이 불공정 특혜시비로 2년 동안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도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을 뿐 아니라 회고록에서는 "윤석열 검찰은 수사가 아니라 사냥을 했다"고 하는가 하면 여권의 대선후보 한 분은 출간 소식에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면서 조 전 장관이 기반을 놓은 검찰개혁의 완성에 힘을 바치겠다며 조 전 장관을 감싸고 있다.

불공정하고 위선적 탈법 형태의 상징이자 자신이 몸담은 서울대에서 2년 연속 `최악의 동문`으로 꼽힌 사람을 두둔하는 여권의 인식이 올바른 것인지 광화문광장 촛불의 뜻을 이렇게 왜곡해 모욕을 안겨 그분들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특히 자서전은 진실을 제대로 증언하고 참회하는 심정으로 쓸 용기가 없으면 출간해서도 안 되고 자신을 변명하고 미화하고 자화자찬만 하는 위선은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아울러 무조건적 지지나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는 행태는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진실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선택도, 과정도, 결과도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마음을 바꾸면 운명도 바뀐다"는 명언을 가슴에 담아 우리의 이름다운 미래에 함께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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