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1:06 (월)
`말`이 자산이라지만 공감이 우선이다
`말`이 자산이라지만 공감이 우선이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21.12.26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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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재근 대기자ㆍ칼럼니스트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소환된 지사
정치인 자산이란 말, 정제된 표현
공감을 사는 소통언어가 아니라면
도민들에게 피로 지수만 높일 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한 해가 다했다. 사라져가는 2021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시간이 아쉽고 억울하기만 하다. 12월이 우리 곁을 떠날 때 내일을 향한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꿈을 갖기는커녕,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창궐에다 오미크론까지 가세해 연말연시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새해 희망에 거는 기대와는 별개로 후딱 지나가길 바라는 것은 마음 기댈 곳 없고 온기 없는 팍팍한 삶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12월도 끝자락, 2022년 대선을 향한 기대는커녕, 정치권에서는 "여야 두 후보 모두 득점은 못 하고 실점만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다음 5년을 책임지겠다지만 비전제시는커녕 가족 비리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가운데 박근헤 전 대통령 사면으로 권력지형이 요동치면서 소환되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 키즈`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홍준표 의원, 김경수 전 도지사 등이다. 이 대표에 대해서는 `30대 0선 대표`란 기대를 저버렸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 6월 전당대회는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보수세력 열망의 반영인데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둔 행태는, 차기 지방선거공천권을 겨냥한 노회한 정치꾼, 젊은 꼰대의 모습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선대위 운영에 대한 불만, 부당한 견제가 상존해도 문제를 앞서 스스로 해결하는 게 대표역할이다. 또 경선을 전후해 절제되지 않은 언어, 녹취파동, 정권창출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 등은 보수정당 지향에도 맞지 않다. 대선 손 뗀다는 당 대표, 손 뗐다면 말도 아껴야 한다. 또 대표직부터 내놓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정권창출 결사체인 정당은 상하보다 동지관계가 우선인데도 가출대표라는 닉네임마냥, 처신이 오해와 의혹을 증폭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집권여당도 한 치 다를 바 없다. 민주당 대선후보의 잦은 말 바꾸기는 `도긴개긴` 결정판이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이라고 했더니 (제가) 진짜로 존경하는 줄 알고, (또) 표 얻으려고 존경하는 척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를 비롯해 기본소득, 부동산 문제 등은 아침에 한 말이 저녁에 달라지니 무슨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특히 지난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따른 사면정국을 우려, 두 후보 측은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와 달리 김경수, 홍준표 전 경남지사도 소환됐다.

 김 전 지사의 경우는 내년 3ㆍ1절 MB와 동시 사면이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면에서 MB를 제외한 박 전 대통령만의 사면이 그 이유라는 게 정치권 반응이다. 이어 홍 전 지사는 2017년 3월 29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라는 등 발언진의가 어떠하든 회자되고 있다. 그는 대선후보 경선결과에 승복, 박수를 받았다. 또 불통 이미지 탈색 등 정치자산도 챙겼다. 하지만 인터넷 플랫폼 `청년의 꿈` 청문홍답 코너 `답`글 등이 논란이다. 야당정치인은 `말`이 자산이라 해도 공감에 우선해야 한다.

 김경수 전 지사도 대선 여론 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후의 묘한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는 "법원을 통한 진실 찾기는 더 이상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면서도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했다. 정치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라고 하려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유리한 댓글 68만 개를 4133만 회 조작에 대한 물증을 근거로 한 대법원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면 자신이 무죄라는 증거를 내놓으면 될 일이다. 그런 증거가 없다면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는 말로 하는 예술이라지만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말은 자제해야 한다. 국민 정서에 호소하려면 정제된 표현으로 공감을 사는 소통의 언어를 위해 부단히 가다듬고 준비하는 게 정치인의 업(業)이다. 이에 충실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피로 지수만 높일 뿐이고 누구든지 시대의 사생아로 취급될 수도 있다.

 올해는 고되고 힘든 해였다. 조금 더 나아져야겠다는 꿈, 그 꿈은 산산조각이 됐지만 대선과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2022년, 내년을 향해서 헛꿈이라 해도 희망의 꿈을 꾸어야 한다. 그래야만 살맛이라도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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