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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가 없어도 정말 괜찮은가
단일화가 없어도 정말 괜찮은가
  • 김은일
  • 승인 2022.02.22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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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몇 일 전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가 무산되었음을 선언하였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단일화 얘기는 국민의힘과 범야권에서 먼저 나왔지만 안철수 후보 본인은 계속 부인하다가 본인이 먼저 단일화를 공식제안한 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심은 더욱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 측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비난을 쏟아내었으나 많은 국민들은 `애초 단일화를 제안할 때 이럴 줄 몰랐나`하고 묻고 싶을 것이다. 지지율 6배 차이, 당세 수백 배 차이를 모두 무시하고 후보 대 후보만을 놓고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의 단일화를 일방적으로 제안한 것부터 비상식적일 뿐 아니라 일방적으로 제안해놓고 자기가 원하는 반응이 없자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일방적으로 철회해버리는 것은 단일화 제안을 처음부터 진실성 없이 면피용으로 한 것이거나 안철수를 겪어본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오직 자기 생각밖에 못하는 아동 수준의 인격체`이거나 둘 중 하나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통용되는 속어로 `알박기`라는 말이 있다. 아주 작은 면적이지만 사업지의 중요 지점의 땅을 소유한 자가 그 땅이 전체 사업에 긴요한 점을 이용하여 시세의 수십, 수백 배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일컫는데, 안철수는 국민의힘에서 윤석열을 후보로 뽑는 바람에 정권교체라는 60% 국민의 숙원사업에다가 `알박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얻었다.

 안철수의 정확한 생각은 제3자로서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만 놓고 보면, 일단 단일화 없이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확률은 0이다. 대통령이 될 확률이 0인 사람이 대통령 선거를 완주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심심해서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는 안철수이니까 말이다.

 그러면 국민의힘과 윤석열 측은 어떠한가. 국민의힘은 두 가지 입장이 공존하는 듯하다. 일부는 자기네 힘만으로도 집권이 가능하다는 자강파다. 정권교체 열망이 워낙 높으니 사표 방지 심리상 대선이 다가올수록 안철수의 지지율을 빠지고 윤석열의 지지율이 더욱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들은 주로 소위 `윤핵관`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고, 윤석열 후보에게도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윤핵관들이 자강론을 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대로 이기면 자기들 몇몇이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파이를 전부 다 가질 수가 있는데, 그들 눈에는 듣보잡인 안철수 무리에게 30~50%나 되는 파이를 나눠주기 싫은 거다. 사실과 희망을 뒤섞어서 판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단일화론을 펴는 측은 민주당은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수가 더 있을 거라 보고, 현재 조금 이기고 있다고 해도 숨은 여권 표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백중세이며, 단일화를 통해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정권교체를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심 없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일화의 동력은 절박함이다. 국민의힘의 소위 `자강파`들은 절박함이 없다. 윤석열도 무속의 힘을 믿는 것인지 `어차피 내가 된다` 그런 느낌이다. 안철수의 절박함은 다른 유형의 절박함이다. 그냥 철수하면 안되는 절박함 말이다. 상당한 지분을 받고 흡수가 되든지, 여론조사를 통해 승부를 가리든 둘 중 하나는 해야지 그냥 철수하면 영원한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즉, 안철수는 생존이 절박하지 단일화가 절박한 것은 아니다. 결국 현재는 둘 다 단일화에 대한 절박함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 단일화가 정말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된다.

 1997년과 2002년 두 번의 야권 단일화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사즉생`의 각오로 단일화가 성사되었는데 당사자들은 현재 상황을 그때와 다르게 인식하는 것 같다.

 윤석열과 안철수는 3월 9일 밤을 예상해보기를 바란다. 두 후보는 그날 웃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나. 자신을 지지한 국민들의 가슴이 무너지는 일이 없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나 말이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 금방 눈 녹듯 없어질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한 협의를 해보기를 권한다.

 밑도 끝도 없는 정치공학적 계산은 접어두고 사업가들의 협상처럼 정확한 가치를 매겨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깔끔한 협상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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