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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부인은 누구인가
단군의 부인은 누구인가
  • 이헌동
  • 승인 2022.08.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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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칼럼이헌동
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단군을 신화 속의 인물로만 인식되도록 한 식민사학 유풍의 역사교육으로 단군의 부인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단군을 신화의 인물이 아닌 역사의 인물로 교육한 대한제국의 역사교과서로 1906년에 편찬된 <동국사략>에 단군은 비서갑(非西岬)의 딸을 왕후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무슨 역사 사료를 바탕으로 한 것일까.

<세종실록 지리지> `평양부`의 기사에 비서갑에 관한 기록이 있다. 아래의 글은 관련 기사다.

[<단군고기(檀君古記)>에 이르기를, 상제(上帝) 환인(桓因)이 서자(庶子)가 있으니, 이름이 웅(雄)인데, 세상에 내려가서 사람이 되고자 하여 천부인(天符印) 3개를 받아 가지고 태백산(太白山) 신단수(神檀樹) 아래에 강림하였으니, 이가 곧 단웅천왕(檀雄天王)이 되었다.

손녀(孫女)로 하여금 약(藥)을 마시고 인신(人身)이 되게 하여, 단수(檀樹)의 신(神)과 더불어 혼인해서 아들을 낳으니, 이름이 단군(檀君)이다. 나라를 세우고 이름을 조선(朝鮮)이라 하니, 조선(朝鮮), 시라(尸羅), 고례(高禮), 남ㆍ북 옥저(南北沃沮), 동ㆍ북 부여(東北扶餘), 예(濊)와 맥(貊)이 모두 단군의 다스림이 되었다.

단군이 비서갑(非西岬) 하백(河伯)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을 낳으니, 부루(夫婁)이다. 이를 곧 동부여(東扶餘) 왕(王)이라고 이른다. 단군이 당요(唐堯)와 더불어 같은 날에 임금이 되고, 우(禹)가 도산(塗山)의 모임을 당하여, 태자(太子) 부루(夫婁)를 보내어 조회하게 하였다. 나라를 누린 지 1천 38년 만인 은(殷)나라 무정(武丁) 8년 을미(乙未)에 아사달(阿斯達)에 들어가 신(神)이 되니, 지금의 문화현(文化縣) 구월산(九月山)이다.]

<세종실록 지리지> `평양부`의 기사를 보면 <단군고기(檀君古記)>라는 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단군의 아버지는 단수(檀樹)의 신(神)이고, 어머니는 상제(上帝) 환인(桓因)의 서자(庶子)인 단웅천왕(檀雄天王)의 손녀다.

단군의 부인은 비서갑(非西岬) 하백(河伯)의 딸이고 장남의 이름은 부루(夫婁)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요임금을 역사화했는데 단군은 요임금과 같은 날에 임금이 되었으며, 부루는 중국 하나라의 건국자인 우임금과 교류하였음도 알 수 있다.

조선(朝鮮), 시라(尸羅), 고례(高禮), 남ㆍ북옥저(南北沃沮), 동ㆍ북 부여(東北扶餘), 예(濊)와 맥(貊)이 모두 단군의 다스림이 되었다는 것은 조선은 직접 통치하는 직할지이고 시라, 고례, 남북 옥저, 동북 부여, 예와 맥 등은 제후국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장남인 부루(夫婁)를 동부여(東扶餘) 왕(王)이라고 이른다는 기사는 부루가 동부여를 직접 통치하였다는 것과 동부여는 부루의 후손이 왕이 되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고조선의 실체를 사료(史料)와 고고자료를 근거로 논리정연하게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윤내현의 <고조선 연구>다. 이 책에 보면 고조선의 단군은 그 밑에 작은 나라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이러한 작은 나라들을 거수국(渠帥國), 그 통치자를 거수(渠帥)라 했다. 이들을 거수라 했음은 <후한서> `동이열전`과 <삼국지> `동이전의 한전`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승휴의 <제왕운기>에 만주와 한반도 전역이 고조선의 강역이라고 하면서 그 가운데 사방 천리가 조선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천리는 단군의 직할국을 말하는 것이다. 직할국은 사방 천리로 거수국은 사방 백리로 표현하였다. 조선 사림의 종조인 김종직의 <청구통아집>에 "<신지비사>에는 단군조선이 70개국의 조공을 받았다"는 것이 언급되어 있다.

<제왕운기>에는 <고기(古記)> `본기(本紀)`의 인용으로, 환웅천왕이 손녀로 하여금 약을 먹여 사람의 몸이 되게 하고, 단수신(檀樹神)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는 것은 <세종실록 지리지> `평양부`의 기사와 같다. 이것은 <삼국유사>의 <고기>와 다른 내용이다.

식민사학자들은 몽고의 압제 아래서 신음하는 고려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하여, 불교도인 일연(一然)이 조작한 것이 단군신화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 산동성(山東省) 가상현(嘉祥縣) 무씨사당(武氏祠堂)의 석실(石室)에 있는 화상석(畵像石)화 내용이 <단군고기>와 비슷하다. 무씨사당은 한(漢) 때 만들어졌으므로, <단군고기>는 일연보다 무려 1100여 년이 앞선 시기에 한반도는 물론, 산둥반도를 포함해서 동북아시아 일대에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고조선을 바르게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우리 역사의 시원을 식민사학 유풍에서 벗어나 바르게 정립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고조선에 관련된 많은 유적과 유물이 나왔고 새로운 역사사료도 있었으며 관련 연구들도 많았다.

그러나 식민사학 유풍에 젖은 사람들이 교육부 장관을 하고 역사관련 국가기관을 장악하여 국가적으로 제대로 된 연구를 한 적이 없다. 역사를 바르게 정립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언제쯤 제대로 된 정부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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