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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실증주의 사학과 식민사관
한국 실증주의 사학과 식민사관
  • 이헌동
  • 승인 2022.11.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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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 동<br>전 영운초등학교장<br>
이 헌 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식민사관은 일본 제국주의 역사가들이 조선의 식민통치와 일본 제국의 이념을 역사적 관점에서 합리화시킨 역사관이다. 이런 역사관에 의해 조선의 역사를 기술해온 일제의 식민주의 사학은 랑케 실증주의 사학의 이름으로 끊임없이 한국 역사학계에 의해 재생산되어 왔다. 

그 결과 한국 실증주의 사학이 한국 역사학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 역사학은 왜 일제 식민주의 역사가들로부터 시작된 실증주의 사학에 집착하며 그 탈을 쓴 식민사관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준 책이 임종권 박사가 저술한 <한국 실증주의 사학과 식민사관>이었다. 임종권 박사는 서양사 전공자로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와 일본어에 능숙한 분이다. 그래서 실증주의 창시자인 랑케의 저작을 직접 읽고 한국 역사학계의 실증주의는 일본 제국주의 역사학이 일제의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왜곡한 실증주의로서 랑케의 실증주의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이 책에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광복 후 조선사편수회 출신인 이병도ㆍ신석호가 태두가 된 역사학계는 `일제 식민사학`이란 이름표를 `실증사학`으로 바꾸어 달고 객관성을 주창하면서 조선총독부 역사관이 마치 객관적인 실증사학인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였다. 그래서 새로운 사료나 유물, 유적 등이 나와도 식민사학 유풍의 학설에 어긋나면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앞선 연구자들의 잘못을 그대로 이어가거나 덧붙이는 연구를 하였다. 고조선과 많은 관련이 있는 요하문명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는 것과 고려국경이 지금의 압록강이 아니라 요하였음에도 바로잡지 않는 것이 그 예이다.

역사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면 자신들의 연구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식민사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임종권 박사의 실증적 연구로 역사학계의 실증주의가 조선총독부 역사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도구인 것이 밝혀지자 출판금지 및 연구비 환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저자는 <한국 실증주의 사학과 식민사관> 책에서 한국 실증주의 사학이 랑케의 실증주의 사학을 변질시킨 일본 제국주의 역사학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실제 랑케의 역사학을 근거로 밝혀내고 있다. 한국 사학계가 자신들을 실증주의 사학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족주의를 배제한 역사학을 객관적인 역사학으로 포장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실증주의 역사학의 본 모습이 식민사학임을 호도하기 위한 것임을 논증하고 있다.

랑케는 <강국론> 등에서 제국주의 역사학을 비판하고, 각국 역사와 민족의 특수성을 옹호했던 독일 민족주의 성향의 역사학자다. 한국 실증주의 사학은 거꾸로 랑케 실증주의 역사학이 제국주의 역사학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일제는 메이지 시절 랑케의 제자 리스를 초빙해 도쿄대학 사학과를 만들면서 랑케의 실증주의 역사학을 일본 제국주의 역사학으로 변질시켰고,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식민사학자들이 이를 근거로 한국사를 비하하고 왜곡했다. 해방 후 이병도ㆍ신석호ㆍ이기백 등의 역사학자들이 식민사학이란 자신들의 역사학을 실증사학으로 바꾸어 달면서 랑케 실증주의 사학이 마치 제국주의 역사학을 옹호하는 것처럼 변질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한국 역사에서 식민주의 사학의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왜 지속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2장에서는 랑케 실증주의 사학의 방법론과 의미, 역사관을 살펴보았고, 3장에서는 일제 역사가들이 랑케 실증주의 사학을 어떤 방식으로 제국주의 이념에 맞는 식민사관으로 변질시켰는지를 추적했다. 

4장에서는 일제에 의해 변형된 실증주의 사학이 한국 역사학계에 수용된 과정과 오늘날까지 한국 사학계를 지배해온 실증주의 사학의 성격과 특징을 분석하여 식민사관과의 연관성을 찾고 이를 한국 민족주의 사학과 상호비교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결론 부분에서 한국 실증주의 사학은 원래 일본 제국주의 역사가들로부터 수용된 것인 만큼 민족의 개별성과 특수성이 강조된 본래 랑케 실증주의 사학을 회복하는 것이 한국 역사학이 지향해야 할 첫째 과제이며, 이후 다양한 연구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국 역사학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식민사관을 비판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려는 연구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학문적 열정을 잘못된 편견에 의하여 비판하고 출판까지 금지한 당국의 조치는 식민사관을 옹호하려 한 의도가 아닌지" 질문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저서에 대해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라는 책을 인용하지 않은 것도 탈락 및 출간금지의 근거로 들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교육부가 `일제강점기 민족지도자들의 역사관과 독립운동`을 `반역`으로 보는 반국가적, 반민족적, 반역사적 자세를 갖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자와 역사학도, 바른 역사관을 갖고자 하는 사람, 실증주의 사학을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 <한국 실증주의 사학과 식민사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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