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17 (토)
아바타2와 포경, 그리고 스타벅스
아바타2와 포경, 그리고 스타벅스
  • 김제홍
  • 승인 2022.12.28 2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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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며칠 전 개봉한 `아바타2`(Avatar: The Way of Water)는 전작보다 15년이 지난 2169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판도라 행성에서 숲의 부족인 `나비`족의 족장이 된 아바타 `제이크 설리`는 여전사 네이티리와 결혼해서 네 자녀를 갖는다. 전작에서 제이크와 싸우다 사망한 특수부대원 마일스 쿼리치 대령 등은 기억을 전송받아 아바타로 부활되는데 그 첫째 목표가 제이크의 암살이다. 제이크의 가족들은 나비족을 떠나 바닷가에 사는 `멧카이나` 부족 속으로 도망을 가게 된다. 그러나 쿼리치는 해안 군도에서 살아가는 부족들을 협박해서 제이크가 스스로 나오게끔 민간 포경선으로 `툴쿤`을 사냥한다. 툴쿤은 고래를 닮았는데, 멧카이나족이 가족처럼 여기는 동물이다. 이 장면을 두고, 일본인들은 사냥에 사용된 작살에 `日浦`(일포)라고 적혀있고 사냥하는 사람 중 동양인이 있어 일본의 포경산업을 비판했다고 비난한다. 

2019년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하고 상업 포경을 본격 재개한 일본은 이제 국제사회의 비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자국의 고래잡이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는지, 3년 전인 2016년, 일본 문화청은 와카야마(和歌山)현의 포경을 `일본 유산(Japan Heritage)` 중 하나로 인증했다. 19세기, 미국은 무분별한 포경으로 근해에서 고래가 사라지자 먼바다로 나가게 되고, 포경선이 드나드는 항구는 신흥도시로 발전했다. 일본은 고래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1853년 3월 3일, 일본에 문호를 열라고 협박한 미국 페리 제독은 사실 고래 때문에 왔다. 1840년대 세계 최대의 포경 국가였던 미국은 23개의 항구에서 700여 척의 배가 원양포경을 하러 다녔다고 한다. 당시에는 고래기름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고, 미국은 호주나 태평양의 섬들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어선의 기착항구로 만들고 싶어했다. 비록 강압적이었지만, 그 덕에 일본은 서구의 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여 산업화를 했고, 1945년 패전 때까지 동아시아의 패권 국가로 위세를 떨쳤다.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의 소설 `모비딕`(Moby-Dick)은 당시의 고래잡이를 다룬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와 관련이 깊다. 스타벅스는 미국 항구도시 시애틀에서 태어났다. 3명이 친구(제브 시겔, 제리 볼드윈, 고든 보우커)가 1971년 시애틀 커피박람회에서 만나 의기투합해 만든 커피 원두 판매업체로 출발했는데, 3명 모두 `모비딕`의 열렬한 애독자였다. 

멜빌은 모비딕에서 일등항해사에게 스타벅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아마 19세기초,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스타벅(Starbuck)이란 가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항해술로 유명한 바이킹의 후손들로, 대양을 돌며 수많은 고래를 잡아 유명해졌다. 스타벅은 소설 `모비딕`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차분한 인물로 묘사된다. 포경선 `피커드호` 선장 에이허브는 자신의 한쪽 다리를 가져간 거대한 흰 고래 모비딕을 찾아 복수하는 것만 생각하는 것과 비교된다. 스타벅스 창업자들은 소설 속 스타벅이라는 인물이 자신들의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포경이 주요한 산업에서 밀려난 이유는 고래의 수가 대폭 감소해서 고래기름이 폭등했을 때, 대체제로 발견된 석유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타이터스빌(Titusville)에서 1859년 8월 28일 석유가 나오자 고래는 멸종을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고래를 역대급으로 가장 많이 죽인 나라가 입장이 바뀌어 오히려 고래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 역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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