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1:51 (일)
조선업 상생협약의 허와 실
조선업 상생협약의 허와 실
  • 이성신
  • 승인 2023.03.13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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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신     거제 성내공단협의회장
이성신 거제 성내공단협의회장

최근 정부(고용노동부)가 주관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조선 5사 대표들과 사내협력사 대표들 간에 체결된 조선업 상생협약은 지금까지 고질적인 문제로 곪아온 조선업의 원ㆍ하청 2중 구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7개 실천과제로 구성된 협약내용들은 모두가 원ㆍ하청의 갈등구조를 타파하고 상생의 기틀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서 많은 고심과 노력이 함축된 상생의 성문규약이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협약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핵심내용인 하청 단가문제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하청의 생산성 향상 노력에 상응한 인건비와 시수 등을 기성금에 반영한다`라고만 돼 있어 두루뭉술하고 추상적인 표현이고 꼼수협약에 불과한 빛 좋은 개살구요 양질호피와 같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지금 하청업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단가문제의 현실화이다. 따라서 이 단가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원ㆍ하청의 2중 구조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단가문제가 해결된다면 지금까지 얽히고설킨 모든 문제가 풀려나가게 돼 있다. 원ㆍ하청의 2중 구조문제, 인력 수급 문제가 풀려나가는 시발점이 될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원ㆍ하청의 문제의 근원이 단가 문제이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파생된 결과물이다. 단가문제 해결은 조선소의 품질과 생산성 향상은 물론 조선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청업체들이 무리한 단가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원청이 저가 수주로 깎아버린 단가를 원상 복구해 정상화해 달라는 것이고 인상된 인건비와 소모품, 각종 자재비, 유류비 등 인상된 폭만큼을 단가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원청이 전혀 단가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하청업체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선박 건조의 80% 이상은 하청업체 생산직 근로자들이 수행하고 있다. 조선소가 아무리 부가가치 높은 선박을 수주해도 하청업체 없이는 단 한 척의 배도 건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원청이 이 사실을 인식한다면 하청업체는 원청과 그냥 함께하는 파트너 정도가 아니라 동반자인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하청업체가 단가문제로 사업을 접거나 파산되지 않고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방안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가문제는 원ㆍ하청 이중구조의 시작과 끝이다. 따라서 원ㆍ하청업체는 적절하고 현실적인 단가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지속 추진해 단가문제를 끝장내겠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각사의 대표들은 오너가 아니고 전문경영인이다. 불합리한 단가조정을 받아들여 수익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에서 단가 조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라도 이번에 이 단가문제를 조정하여 끝장내지 않는다면 백년하청이 될 것이고 해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미해결 문제로 영원히 남을 것이 자명하다.

끝으로 정부와 조선 5사의 대표들은 이번 상생협약이 원ㆍ하청의 2중 구조문제를 푸는 시발점이 되고, 이 문제의 열쇠가 하청 단가문제 해결에 있다는 점을 인식해 의지ㆍ신념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추진해 명쾌하게 해결함으로써 원ㆍ하청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큰 역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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