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6:11 (일)
바람직한 변화와 발전의 걸림돌
바람직한 변화와 발전의 걸림돌
  • 이헌동
  • 승인 2023.04.0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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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이헌동 전 영운초등학교장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정치는 당리당략으로 우려스럽다. 왜 그럴까?" 하시는 분이 있었다. 국가사회가 제대로 변화하고 발전하지 못하여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보수와 진보의 심각한 갈등이 변화와 발전의 걸림돌임을 통계가 알려준다.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가 2022년 12월 21일부터 2023년 1월 15일까지 18살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어떤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대면 면접으로 조사하였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답변이 92.6%로 1위였다. 다음으로 영남과 호남 84.3%, 정규직과 비정규직 82%, 부유층과 서민층 80.6%, 대기업과 중소기업 76.6%, 노사 75.3%,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66.2%, 수도권과 지방 65.6%, 남성과 여성 44.2%의 차례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상대 정당에 대한 호감도를 물었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61.8%가 민주당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했고 30.2%는 보통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는 74.1%가 국민의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했고 16.3%가 보통이라고 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0.73% 차이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로 여기고 이러한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필자는 통합의 정치를 하리라 기대했다.

여소야대에서 `국민의 당` 출신이나 진보당의 인사를 내각에 등용하고, 민주당에게도 각료추천을 해달라고 하여 통합의 정치를 함으로서 삼분의 이가 넘는 국민의 지지 속에서 자신의 약속을 지키고 편 가르기를 하지 않으리라 기대했다. 장자가 아닌 셋째로 문제가 되었지만 왕이 되었던 세종대왕은 임금이 되는데 가장 반대하였던 황희와 맹사성을 등용하여 통합의 정치를 한 역사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다짐은 거짓말이 되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선거 직후 결과에 승복하며 "당선자께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런데 대선패배 후 상당 기간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재기했던 김대중ㆍ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달리 곧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되고 전당대회에 출마해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활용하고 있다.

대선이 끝났는데도 다시 맞붙는 연장전 구도에서 양당의 맹목적인 지지자들은 상대 정당의 사람들에게 증오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런 보수와 진보의 역사인식이 우려스럽다. 자세한 것은 경남매일신문에 실린 `보수와 진보의 잘못된 역사관`과 `뉴라이트 등용 문제가 없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식민우파나 짝퉁진보가 역사발전을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간 비호감도가 가장 낮은 나라가 독일이다. 사민당 지지자들의 기민당 비호감도가 23.8%, 기민당 지지자들의 사민당 비호감도가 16.6%였다. 독일은 2005년 이후 기독민주연합과 사민당 대연정이 반복되면서 양당 간 비호감도가 많이 감소했다. 정당 간 연합정치 경험이 당파적 적대 감정을 완화할 수 있다는 증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연정을 제안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큰 그릇의 인물이었다. 2003년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한다면 17대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의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호응이 없었다. 2005년 다시 대연정을 제안했다. 여야 모두가 반대하였지만 대연정 제안은 상생의 정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당시 정치인들의 편협함이 국민통합이 되는 상생의 정치 관행 수립을 막은 것이다.

바람직한 변화와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식민우파와 짝퉁진보가 아닐까?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와 `개혁의 딸`이라고 하는 개딸 등의 맹목적인 지지자들이 아닐까. 2009년 경남매일신문에 쓴 `변화와 발전`이란 글에 인용한 이솝이야기에 나오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사람 같은 사람`이 생각난다. 국민 모두가 그런 사람이 되어 국민통합의 정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솝의 어린 시절은 노예 신분이었다. 주인이 좋은 사람이어서 총명한 이솝에게 심부름을 많이 시켰는데, 그 당시에도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사람이 적을 때가 목욕하기가 좋아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보라고 하였다.

이솝이 목욕탕에 가다 보니 목욕탕 입구의 길에 큰 걸림돌이 놓여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방해가 되었다. 그 돌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다 걸려서 넘어져 욕을 하고 가는 사람, 그 돌이 있는 것을 알고는 피해 가거나 재미있게 뛰어 건너가는 사람, 아무 말 없이 피해서 가는 사람, 아무도 걸림돌을 치우지 않는다고 투덜대고 욕을 하거나 불평하는 사람 등 다양하였다.

어느 사람이 걸려서 넘어질듯 하다가 툴툴대더니 그 돌을 치우고 목욕하러 들어갔다. 목욕탕에 사람이 한 명 있다는 보고를 받고 목욕을 하러 간 주인이 "왜 거짓말을 하였느냐"고 하니까, 이솝이 "여기에 사람 같은 사람은 한 명뿐입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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