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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와 칸쿤
카리브해와 칸쿤
  • 경남매일
  • 승인 2023.06.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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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올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라고 하니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1996년 개장한 용인의 `캐리비안 베이`는 에버랜드의 대표적 워터파크다. 강원도 홍천군의 `오션 월드`나 김해의 `롯데 워터파크`가 위협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캐리비안 베이는 해적의 전성기였던 대항해시대의 카리브해 일대를 테마로 하고 있어 시설물의 명칭도 스페인어이고, 장식물이나 음악도 카리브해 느낌을 준다.

실제 카리브해(Caribbean Sea)는 중앙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에 모두 속하는 바다로 대서양과 멕시코 만에 접하고 있다. `카리브`(Carib)라는 명칭은 콜럼버스의 북미 대륙 도착 100년 전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카리브해는 다도해로 이 해역에 떠 있는 700여 개의 섬들을 통칭하여 `카리브해 제도`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과거 1492년 콜럼버스가 처음 발견한 이래, 대항해시대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의 식민지 쟁탈의 장이 되어 식민시대부터 유럽과 아메리카를 이어주는 해상교통의 요충지가 되었다. 그러다 스페인이 현재의 볼리비아 지역 포토시(Potosi)광산과 멕시코에서 은(銀)을 발견하면서 유럽의 해적들이 뛰어들었다. 설상가상 이곳은 섬이 많아 해적들이 숨기 좋았고, 기후가 좋아서 섬에 숨어 지내며 과일이나 식량을 구하기 쉬웠다.

카리브해에는 아프리카로 오가는 노예선, 노예들이 재배해서 얻은 설탕을 싣고 유럽으로 향하는 무역선, 그리고 유럽의 물자를 카리브해 지역으로 옮기는 화물선이 빈번하게 오갔으니 해적들이 놀기에 딱 좋은 환경조건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은 과거 1719~1722년 사이에 카리브해와 서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바소로뮤 로버츠(Bartholomew Roberts)의 해적질을 극화한 것이다.

유럽 각국은 처음에는 해적들을 경계했지만, 나중에는 해적들을 자국인이라며 보호하고, 그들의 영유지를 식민화했다. 현지 원주민들이 유럽인이 옮겨준 각종 질병으로 수가 급감하자 유럽인들은 흑인 노예들을 데려왔다. 지금 카리브해의 많은 흑인국가들은 이때 들어온 흑인들의 후예들이 건설한 나라다.

해적들 간에 영토싸움도 잦았다. 힘만 있으면 다른 해적의 근거지를 공격해 빼앗다 보니 자그마한 섬들의 주인이 바뀌게 되었고, 섬들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한 채 유럽 국가들에 분할되어 많은 섬들이 아직도 열강들의 해외 영토로 되어있다.

각설하고 카리브해의 서북쪽 끝을 보자. 그곳에는 멕시코의 최대 휴양지이고 `카리브해의 욕망`이라는 별명을 가진 칸쿤(Cancun)이 있다. 유럽 인간들의 탐욕과 약탈, 원주민과 흑인들의 희생과 피눈물로 이루어진 카리브해 이야기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다.

그렇지만 칸쿤은 신혼여행지로서 그리고 은퇴한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해양관광지로 유명한 이유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급 리조트와 호텔들 때문이다. 150개가 넘는 호텔이 20㎞나 줄지어 있다. 한적한 어항이 1970년대 휴양도시로 개발되어 이제는 이름 있는 웬만한 호텔은 다 들어와 있다. 저렴한 숙소를 찾는 배낭여행자라면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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