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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 예산 삭감, 주민 만족도 역행
마을학교 예산 삭감, 주민 만족도 역행
  • 김명일 기자
  • 승인 2023.06.25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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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미디어 국장
김명일 미디어 국장

"학교 공부는 싫었는데, 마을학교는 재미있었어요." 몇 해 전 KBS 창원방송총국에서 제작한 토크콘서트 `경청`에 출연한 도내 고등학교 졸업자의 말이다. 이 방송은 KBS가 `경남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다`라는 취지로 도내 고등학교 출신 청년들을 초청, 재학 당시 학교 현장 경험과 의견을 듣고, 박종훈 교육감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당시 학교급식, 교육과정, 교실환경 등 학교의 불편한 이야기 등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아 공감받았다.

특히 공부는 힘들었는데, 마을학교 프로그램은 재밌었다는 한 참석자는 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 재밌고, 유익한 마을학교가 중단 위기에 놓였다. 주민 만족도 96%인 행복마을학교 예산 50%가 깎였다.

경남교육청은 올해 본예산에 행복마을학교 운영 24억 2350만 원, 행복교육지구 운영 74억 9716만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도의회는 행복마을학교 예산 50%, 행복교육지구 예산 40%를 각각 삭감했다.이에, 도 교육청은 당초 예산에 삭감된 행복마을학교 관련 예산을 추경에 본예산 대비 약 40%를 재편성했지만, 예결특위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삭감 이유는 몇몇 마을교사의 정치적 편향성 등을 지적하고, 부대 의견에 행복교육지구와 행복마을학교는 학교 교육과정의 종속 기관이고, 교육 중립성을 훼손하는 이념ㆍ사상교육 등 가치교육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번 예결특위는 예산안 심의ㆍ의결 과정에서 역할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일부의 지적을 받는다. 예결특위는 통상 전문성을 가진 상임위 의견을 존중하고, 상임위가 의결한 예산안을 편성한다. 다만, 상임위에서 과도한 예산 삭감은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증액해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번 교육청 소관 예결특위는 이와 반대로 했다.

예결특위는 교육위원회가 본예산과 추경에서 심의하고 의결한 예산안을 두 차례나 삭감했다. 이를 두고 예결특위가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 외압으로 보이는 사안도 있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교육위원회는 예결특위가 심사하는 날, 일부 당원들이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가 취소 한 바 있다. 

만약 이런 일이 교육 예산안 심의에 외압이 작용했다면, 이는 매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이번 제12대 도의회 전반기 슬로건은 `도민만을 위한, 의회다운 의회`다. 이번 마을교육 예산 삭감이 이와 부합하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도의회 국민의힘의 정치적 잣대에 애꿎은 아이들과 주민들만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

행복교육지구 마을교육사업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공동 투자로 학생과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첫 사업은 2017년 경남교육청과 김해시가 김해행복교육지구협약을 맺고 출범했으며, 2022년 창원시와 협약하면서 도내 18개 시군이 행복교육지구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마을학교는 학생을 위한 목공, 제빵, 요리, 커피음료, 코딩, 새활용, 도예, 댄스, 공예, 아트푸드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요가, 꽃꽂이, 마을오케스트라, 가족작업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원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과정을 참관한 적이 있다.
학생이 만든 쿠키는 고소했고, 커피 추출기에서 내린 에스페르소는 시중 커피전문점 맛과 다를 바 없이 향기롭고, 고소했다. 퇴직 후 배우고 싶은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행복마을학교 참여자 만족도는 96% 이상이다. 경남행복마을학교에서 실시한 참여자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은 96.2%, 지역주민은 96.3%가 `만족한다`고 조사된 바 있다.  만족도 96%의 교육사업을 중단한다면,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아이들의 미래와 주민을 생각한다면 마을학교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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