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49 (토)
쇠고기 대신 멸치를
쇠고기 대신 멸치를
  • 경남매일
  • 승인 2023.06.28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김제홍 경남도 해양수산국장

온실가스 중 4분의 1은 인류가 먹는 음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식량 시스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52억 이산화탄소톤(2010년 기준)에 이른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도 온실효과를 고려해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계산했다.)

농업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2~78%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가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총 배출량의 15%나 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소다. 축산부문 배출량의 65%가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15억 마리의 소에서 나온다. 특히 소가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0~30배 높다.

소, 돼지, 양, 닭 등 가축들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어 치운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90%, 옥수수의 80%, 기타 곡물의 70%는 가축사료로 사용되는데, 이 정도의 양이면 4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식약처에서는 지난 2021년 P4G 서울정상회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쇠고기 대신 식용곤충을 대안으로 들고나온 적이 있다. 식약처는 200㎉당 이산화탄소 24㎏을 배출하는 쇠고기를 대체할 단백질 식품을 확보하기 위해 식용곤충 인정범위를 확대한다고 했다. 식용곤충은 200㎉당 이산화탄소 0.7㎏을 방출해 쇠고기보다 CO2 배출량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곤충보다는 생선이 훨씬 더 좋은 대안이다. 곤충보다 맛도 좋지만 생선의 탄소배출강도 역시 곤충의 탄소배출강도의 7분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2018, Nature). 탄소배출강도는 단백질 1㎏을 얻기 위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으로 계산한 것이다. 곤충이 16이라면 어류는 2.4 정도이다. 갑각류는 7.9 정도로 높지만 그래도 곤충의 절반 정도이다. 쇠고기의 경우 평균 25.5 정도이다. 이 지수에는 어획이나 사육에 사용되는 연료도 포함된다.

더욱이 멸치나 정어리 같은 부어류들은 탄소배출강도가 무려 0.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연간 쇠고기 소비량인 70만t 정도라면 탄소는 약 1800만t이 발생되는데, 이를 멸치로 대체한다면 탄소배출은 14만t으로 줄어든다. 여기서 돼지고기와 닭고기까지 멸치로 대신한다면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우리나라 탄소중립 목표치 달성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탄소를 산에 나무 심어 가두는 것을 `그린카본`이라고 하고, 바닷속에 가두는 것을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위적인 식목이나 바다숲 조성은 많은 돈이 들어가는 데 비해 식단만 바꾸는 것은 큰돈 들이지 않고 기후변화억제에 기여하는 것이다.

전 세계 195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했으며, 이 협정에 따르면 각 당사국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정하여 5년마다 제출하여야 하며 그 이행상황을 점검받아야 한다. 오는 2030년까지의 목표치를 비교해 보며, 독일은 지난 1990년 대비 55% 감축, 영국은 1990년 대비 68% 감축, 프랑스는 1990년 대비 39.5% 감축, 미국은 2005년 대비 50% 감축, 캐나다도 2005년 대비 40% 감축, 일본은 2013년 대비 26% 감축을 약속했다. 쇠고기 즐겨 먹고도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