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46 (토)
미국 시장서 한국 작가들의 필요성
미국 시장서 한국 작가들의 필요성
  • 경남매일
  • 승인 2023.06.2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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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
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출판대행 대표

나는 독서를 할 때 아마존닷컴(amazon.com)과 스크립드(scribd.com)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 영미권 대부분과 전 세계 식자층 독자들도 마찬가지다. 아마존닷컴에는 판매되는 거의 모든 영문 서적과 오디오북이 존재한다. 스크립드는 수십만 권에 달하는 주요 영문 전자책과 오디오북 구독료가 월 12달러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 작가의 작품은 찾기 힘들다. 놀라운 것은 세계적 대문호 박경리의 <토지>가 아마존닷컴 삼류 소설보다 인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스크립드에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 `정리의 여왕`인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150주 동안 올랐고, 모두 800만 부 넘게 팔렸다. 특히 미국에서의 곤도 신드롬은 놀라울 정도였다. 곤도의 성공은 기이하다. 소유한 모든 물건에는 영혼이 있다는 독특한 정리 철학으로 미국인의 삶 자체를 변화시켰다. 정리는 내 아내가 더 잘하는데… 일본식 표현으로 `분하다`.

나는 주로 비소설류를 좋아하는데 그래도 호메로스(Homer), 윌리엄 셰익스피어, 레오 톨스토이,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등 위대한 대문호의 작품은 익히 읽었다. 문학작품이 수백 년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재미와 감동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들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혜안을 알려준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작품은 별로 읽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작정하고 박경리의 <토지>를 읽었다. 첫 장부터 흥미진진해서 쉬지 않고 총 21권을 완독했다. 책 한 권당 최소한 한 번씩 온갖 형태의 눈물을 쏟아냈다. 감동과 더불어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생겼다. 솔직히 세상에 천성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악한 인간이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깨달았다. 단언컨대 박경리 작가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10인 중 한 명이다. 솔직히 나에게는 세계 1위이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열풍에 편승해 읽어 보았다. 독특하고 놀라운 발상이었지만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다. 번역은 또 다른 창작이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한강과 함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영국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는 원래 훌륭한 작가이다. 원작보다 번역서가 더 뛰어날 수도 있다. 그는 오역 논쟁이 일 정도로 원작을 영어 사용자들을 위해 멋있게 재창작한 것이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덕분에 이민진의 <파친코>,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한국 소설들이 더 많은 외국 독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작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등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한국 작가들이 일본에 비해 현저하게 열등한가? 아니면 일본 출판 시장이 한국에 비해 4배 이상 크기 때문에 차이가 생기는가?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태생적으로 스토리텔링에 약한가?

한류는 30여 년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역과 인종의 벽도 허물며 전 세계 주류 사조로 자리 잡았다. 장르도 K팝, 드라마, 영화, 웹툰, 온라인게임 등 영역을 광폭 걸음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는 미국을 대표하는 할리우드와 한국의 한류 딱 2개가 주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유독 K-출판만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한류 경쟁력의 근본에는 바로 스토리텔링이 있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강남스타일>, <기생충>, <미스터 선샤인>, 웹툰, 온라인게임 등의 핵심 경쟁력은 한글에 바탕을 둔 스토리텔링에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작가들의 역량은 세계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왜 출판 분야에서 한류 스토리텔링이 아예 존재 자체가 희미한가?

그것은 한국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한없이 작은 한국 출판 시장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헤겔의 말처럼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한국 작품들을 영어로 대량으로 출판하다 보면 곤도 마리에처럼 얻어걸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딸 것 아닌가? 미국인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미인이 아닌데도 미국인에게 동양적인 미인으로 인식되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에는 미국 출판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릴 것 같은 독특하고 위대한 작가들이 많이 있다. 번역과 미국 아마존닷컴 영문 출판, 그리고 홍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서는 안 된다. 토지와 같은 위대한 작품을 우리만 보는 것은 하나의 죄악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미국과 전 세계 시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비영리법인 한류연구소를 20년 넘게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한류의 가장 근원적인 경쟁력이 과연 무엇일까? 왜 전 세계인은 유독 한국 대중문화에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글이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위대한 문자가 바로 한글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한류는 존재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그 위대한 문자를 100% 이용해서 진검승부를 하는 것이 출판이다. 나는 확신한다. 한국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과감하게 도전하면 BTS처럼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성공 사례들이 K-출판 열풍을 이끌 것이다. K-출판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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