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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맛에 초여름 건강장수 과일 살구
고향 맛에 초여름 건강장수 과일 살구
  • 경남매일
  • 승인 2023.07.0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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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김기원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살구는 어느 과일보다 고향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살구는 대추, 복숭아, 자두, 밤과 함께 고향 냄새를 풍기는 대표적인 먹을거리다. "복사꽃 살구꽃이 피는 내 고향 만나면 언제나 즐거운 친구여"와 같은 어릴 적 친구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생각나게 할 뿐만 아니라 "살구꽃 피는 마을은 언제나 고향길이다. 시할머니와 평상마루에 앉아 이야기에 빠져 이웃집 살구나무 가지에 매달린 살구를 몇 개 따서 다식(茶食) 그릇에 놓고 작설차 한 잔을 단숨에 마시고, 살구 한 알 입에 넣으면 그 맛과 멋을 표현할 언어가 없다"는 살구를 일품으로 표현한 낭만적인 이야기도 떠오른다.

달고 시고, 달짝지근하고, 감칠 거리는 살구와 작설차의 오미(五味)가 어울리면 지상 최고의 맛이 된다는 얘기가 왜 없겠는가? 살구나무(apricot)의 원산지는 실크로드이다. 다만 현재 살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량 생산된다. 살구를 사용한 각종 가공품 또한 캘리포니아산이 많다.

살구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원산지인 파키스탄의 훈자 지방에서는 90대 노인이 살구를 먹고 일터로 나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한 세계적인 장수마을의 거주민들은 1년 내 살구를 먹으며 건강을 유지한다는 말도 있다.

과거 1477년 간행된 <의방유취>에는 살구를 이용한 장수 방법이 소개돼 있고, 1633년 재간행된 <향약집성방>과 1613년 간행된 <동의보감>에는 살구를 심장병 등 호흡기 질병에 유효한 과일로 소개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일본인들은 살구에 관한 괴담을 유포했다.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은 제사에서 살구를 점차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고, 즐기지 않게 됐다. 다만 기품 있는 노인들이 자주 왕래하는 정자나 서원 근처에는 살구나무를 반드시 심었다. 이 영향을 받은 것인지 현재 선비문화의 고장 중 하나인 경북 영천에서는 살구가 유달리 대접받는다.

살구씨는 행인(杏仁)이라고 한다. 개장국을 먹은 후 얻은 개고기 독을 제거할 때나 개에 물렸을 때 살구씨를 개에 물린 부분에 붙이면 효능이 있다. 또한 살구씨 기름은 코 질환은 물론이고 특히 감기에 좋다. 옛날 축농증에 고생하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살구를 상비약처럼 사용했다.

살구는 백살구, 개살구 외 재래종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백 년 장수의 의미가 있는 백살구를 선호하며, 초여름의 그 먹음직스러운 과육 색깔에 입맛을 다진다. 이때의 살구는 신맛과 단맛이 오묘하게 혼합된 것으로, 그 맛은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다회 모임이 있을 때 여름철 다식으로 자주 사용하는 다행인(茶杏仁) 과일인 것이다.

살구의 과육은 많은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과일 100g당 단백질 82.2g, 지방 1.7g, 당분 2.8g, 섬유질 10g이 들어있는데, 이는 감과 비슷한 성분구성이다. 다만 산도의 경우 살구와 감은 각각 90.4g대 0.1g의 비율로 살구 쪽에 더욱 기호성 있는 자극적인 맛이 존재한다. 살구에는 우리가 늘 부족히 여기는 베타카로틴이 가득 있으며 비타민 A, C, E와 B군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일설에 의하면 유기산을 비롯한 일종의 항산화제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항암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말까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살구는 야맹증 등 눈 질환자에 권하기 좋은 과일이며 소화불량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도 좋은 과일이다. 살구에 함유된 리놀산, 올레인산 등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은 신체 면역에 특히 좋은 영양소이다.

이처럼 살구에 대해 논해보니, 녹동 길 바람 없던 그날 밤 살구꽃을 보았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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