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3:29 (일)
47세 김해 어촌계원 유튜버 준아씨
47세 김해 어촌계원 유튜버 준아씨
  • 신정윤 기자
  • 승인 2023.07.25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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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윤 사회부장
신정윤 사회부장

햇빛에 그은 얼굴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를 한 중년 남성이 농촌 밀짚모자를 삐뚜름하게 눌러 쓰고 낙동강에서 건져 올린 연어를 즉석에서 회 떠 먹고 더러는 구워도 먹는다. 구멍난 셔츠 주머니에 소금을 상시로 넣어 다니면서 숯불 위 고기에 스윽스윽 뿌리며 간을 맞춘다. 경상도 감탄사 `쳐 직이네`를 연발하며 너털웃음을 짓는데 실시간 댓글 수백개가 달리며 `좋아요`가 폭탄처럼 터진다.

음식 냄새에 몰려든 개나 고양이에게도 한 점씩 나눠 주는데 유튜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강아지가 고기를 몽땅 먹어 치워버려 동물들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그대로 영상으로 송출된다. 구독자들 댓글은 대부분 "허구언날 방구석에서 자격증 공부한다고 있는데 형님 인생이 너무 부럽다" 같은 내용이다.

위 영상은 김해 어촌계원이자 김해를 배경으로 유튜브를 촬영하는 `준아-Joona` 의 동영상 내용이다. 구독자가 55.7만 명을 넘겼다. 동영상 478개가 올라왔는데 김해 유명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은 준아가 영상을 올리지 않자 구독자들이 김해시청에 전화를 걸었고 시는 1인 거주자인 준아의 집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 적도 있다고 한다.

도시 생활과 경쟁에 찌들은 한국인들은 평균적인 삶을 끊임없이 강요당한다. 준아 유튜버는 그런 점에서 세상의 강요로부터 탈출하는 힘을 지녔다. 준아 유튜브 채널은 항상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농어촌의 47세 중년 어부이자 중년 미혼 남성 유튜버인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너무 애쓰며 살지말라는 것이다. 이른바 인서울 대학에 대기업 취직에 서울에 어엿한 내집을 가진 파워리치의 염원으로부터 탈출하게 해주는 준아씨 같은 인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더 다양한직업들과 다른 삶의 방식을 `특이하거나 이상하다`고 보지 않고 포용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 질 것이다.

농어촌에서의 유유자적한 삶으로 평균 직장인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는 준아씨를 보면서 정형화된 삶을 강요받는 청년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요즘 청년들이 정말 힘들다. 뒤처질까 두렵고 정보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참스승은 찾기 어렵다. SNS에는 비교질에 자랑질이 넘친다. 마음 비우기나 멍때리기, 미니멀한 삶이 필요한 때다. 준아씨가 돈을 벌게 된 것은 돈을 벌고자 했기에 번 것이 아닐테다. 날 것 그대로의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구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게 됐고 그것이 곧 수익으로 이어졌다.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다는 따듯한 위로다. 요즘 김해시가 밀고 있는 슬로건으로 토닥여 주자. 청년들이여! `돈워리 김해피`(Don`t worry, Gim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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