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0:12 (월)
정당방위의 정당성 실종
정당방위의 정당성 실종
  • 경남매일
  • 승인 2023.09.03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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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

최근 무차별 흉기 난동이 폭증하는 가운데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방위가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형사법정에서 상대방의 위법한 가해행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 방어하기 위해 공격을 하더라도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고 쌍방폭행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방위로 인정된 사례는 14건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형사실무 현실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맞닥뜨린다 하더라도 일반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은 처벌을 감수하고 방어를 하거나 도망가는 방법 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정당방위가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정당방위에 관해 규율하고 있는 형법 제21조를 살펴보자. 동 규정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8조는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이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 등으로 사람에게 위해(危害)를 가하거나 가하려 할 때 이를 예방하거나 방위(防衛)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법 규정을 반영해 대법원은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만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되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써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형법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의 현재성과 방어행위의 상당성이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 경찰 수사실무도 정당방위 8가지 기준은 침해행위에 대한 방어행위일 것, 침해행위를 도발하지 않았을 것, 먼저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침해행위가 저지·종료된 후에는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폭력행위의 정도가 침해행위의 수준보다 중하지 않을 것,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을 것, 상대방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을 것, 치료에 3주 이상을 요하는 상해를 입히지 않을 것 등을 충족시켜야 한다. 요컨대 한국 형법에서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방어행위로 상당성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는 책임이 모두 방어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정당방위가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법현실에서 상대방의 위법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망가거나 처벌을 감수하고 맞대응하는 방법밖에 없을까.

법과 현실의 괴리를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당방위의 해석을 완화해서 해석해야 한다. 위법한 공격을 받은 사람이 상대방을 폭행했고 전치 3주 이상의 결과가 나왔더라도 당시 상황을 살펴보고 상당성을 완화해서 판단해야 한다.

또 상대방의 부당한 행패를 저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소극적 방어행위 또는 소극적 저항행위는 정당방위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흉기로 난동을 부리는 공격자들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방어행위를 할 때에는 이를 정당방위로 인정하는데 관대해야 하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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