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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숲속서 원도심 골목길 지켜야 하는 이유
아파트 숲속서 원도심 골목길 지켜야 하는 이유
  • 경남매일
  • 승인 2023.10.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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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마산합포구청장
김선민 마산합포구청장

어린 시절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삼삼오오 모여 골목길에서 놀곤 했다. 엄마가 부를 때까지 해 질 녘까지 연신 웃고 노는 와중에,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은 지나가며 밥은 먹었니? 걱정도 해주고 흙 놀이는 지지! 라며 말리기도 했다. 우리들은 그렇게 동네 사람들과 만났다. 골목길은 만남의 공간이자 소통의 터전, 배움의 장소였다.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골목길은 아파트 숲속에 둘러쌓여 옛 시절처럼 한산하고 고즈넉하진 않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은 자기가 사는 동네 어딘가에서 골목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리라?

현재 마산권에는 멀게는 200년 이상, 가깝게는 도시화 이후라 해도 족히 100년 이상 된 깊이 있는 골목길이 많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현재는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많이 열악한 상태라 안타깝다. 이에 마산합포구는 원도심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간직하기 위해 동네의 실핏줄 같은 '골목길의 재생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사업은 기존의 '면적 단위' 대규모 재생사업과 달리 골목길을 따라 '선 단위' 소규모로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집 앞 골목길 문제라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의 체감도가 높다. 우선, 눈에 보이는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한다.

울퉁불퉁한 골목길을 순차적으로 평평하게 만들고 보도블록으로 마감해 보행 편의를 높인다. 돌담길을 따라서는 식물을 심고 자연의 온기를 더해 골목길을 좀 더 정감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삭막한 분위기의 콘크리트 옹벽은 녹화 작업을 통해 한층 밝은 골목길로 재탄생할 것이다. 공간이 허락되는 곳은 골목길의 특징을 살려 자투리 정원도 만든다.

어두침침한 길은 셉테드 사업 추진과 LED 보안등 교체로 안전과 밝은감을 더하고 기둥에는 개성이 가미된 디자인을 입힐 계획이다. 경사가 있는 골목길은 사고 예방을 위해 핸드레일을 보수하고, 겨울철 눈이나 노면이 얼었을 때를 대비해 골목형 제설설비도 갖춘다. 골목형 제설함은 상판을 목재로 마감 처리해 벤치로 활용, 평상시 사용성을 높인다. 폭이 좁아 차량 통행이 어려운 골목길에는 비상 소화설비도 단계적으로 설치한다.

이와 함께 골목길의 옛 정체성을 발굴해 역사를 드러내는 일도 진행할 것이다.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는 일이자 다시금 미래를 잇는 시도다. 골목길에 거주하는 사람과 자주 오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할 골목로(路) 협의체를 만들고 주민과 함께 역사와 스토리 고증에 들어간다. 확인된 스토리는 여유 공간을 활용해 마을 이야기를 담은 게시판이나 마을벽화를 조성하고 마을의 역사를 주변에 홍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시작 단계부터 구청과 전문가, 주민이 현장답사를 함께 하는 가운데 진행된다. 골목길이 다시 주민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면 외부로 빠져나가는 인구 지키기에도 유용할 것이고, 효과적인 복지 정책의 현장도 될 것이다. 골목경제를 일으키는 장이자 커뮤니티의 거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동네의 실핏줄 같은 골목길이 마산의 심장을 뛰게 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이는 아파트 숲속에서 원도심 골목길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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