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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도의 환호성
만학도의 환호성
  • 경남매일
  • 승인 2023.10.0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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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부산여대 겸임교수·박사
이영조 부산여대 겸임교수·박사

저물다, 해 질 무렵, 늦다. 시간상의 끝, 이 단어들이 의미하는 게 뭘까, 여러 상상이 가능하다. 하루, 한 달, 1년 등 시간의 위치를 말하는 것 같고, 인생, 삶의 궤적을 말하면 황혼을 의미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인가 한참 시간이 지난 뒤라는 느낌도 든다. 또한 배움과 연결하여 만학(晩學)으로 풀이해도 좋을 것 같다.

요즘 사회적으로 만학 열풍이 불고 있다. 배움의 즐거움을 늦게 알게 된 사람들, 늦은 나이에 학습하는 사람들, 소위 만학도들, 이들이 만학의 열풍을 일으키는 주인공들이다. 만학을 평생학습, 평생토록 학습하는 사람의 의미로 평생학습자로 부른다. 만학도를 순화된 표현으로 평생학습자라고 부르지만 배움의 용기를 가진 사람들만이 시작할 수 있는 만학에는 도전과 정진의 숭고한 뜻을 담고 있다고 여겨져서 만학도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필자도 만학도였다. 35년간 군을 직업으로 봉직하고 정년을 맞게 됐을 때 공부를 시작해 보라고 지인의 권유를 받았다. 고졸 학력이 전부였지만 평생을 살면서 직장에서도, 그 어느 곳에서도 학력 콤플렉스를 느껴보지 않았기에 지인의 강권에도 학업의 당위성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멘토를 자청한 그분의 계속된 권유를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어서 물가에 떠밀리듯 국가평생교육원에 평생학습자로 등록하여 학사학위를 받고, 내친김에 대학원에 입학하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해 부산여자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부 겸임교수로 만학도들에게 꿈을 전하고 있다.

눈빛 반짝이며 교수를 주목하고 있는 만학의 여대생들에게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가 삶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적극적인 사람부터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공부, 한(恨) 풀었어요, 친구들에게 당당해졌어요, 내가 자랑스러워요, 남편과 자식들에게 떳떳해요, 나는 학교가 경로당이에요, 의미 있는 노년을 즐겨요." 학생 전원이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자랑스러운 자기 자신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들의 만족감은 만학도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있는 필자가 이미 경험한 것들로 깊이 공감됐고, 내가 자랑하듯 하고 싶었던 말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배움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배움을 통한 성장은 지적인 역량을 쌓는데 국한되지 않는다. 졸업장이나 학위로 대체할 수 없는 무형의 정신적 충만감을 갖게 한다. 황혼의 나이에 취업할 일도 없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부심은 삶에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모두가 늦었다고 포기했을 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학력을 취득한 자신이 한없이 대단하게 느껴질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 용기의 에너지는 대학까지 이어졌다.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여대생의 환영은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일 뿐이었다. 하지만 "해보자!"라는 시도가 배움의 한 발을 내딛게 했고, 녹록지 않은 현실에도 포기하지 않고 또 한 발을 내디디면서 여대생이 됐다.

쉽지 않은 도전들, 그럼에도 무모해 보이는 현실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으면 잃지도 않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도전하는 사람들은 성공의 열매를 얻게 된다. 도전하자, 그래서 꿈을 이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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