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8:39 (토)
'땅 투기' 들으며 직원주택 건축 강행, 포항제철 수익으로 증명
'땅 투기' 들으며 직원주택 건축 강행, 포항제철 수익으로 증명
  • 박광수 논설위원
  • 승인 2023.10.18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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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 회사의 능률은 근로자의 복지에서
근로자 자부심·사명감 기업 성장 핵심
외로운 싸움 속 직원 자가주택 공급 전력
청암의 복지경영, 현 포스코로 이어져
포항제철 직원들이 박태준 회장의 사퇴를 반대하는 모습. / 포스코
포항제철 직원들이 박태준 회장의 사퇴를 반대하는 모습. / 포스코

포스코를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만든 박태준 회장이 포스코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회사에 속한 개개인은 자신이 맡은 바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본인의 최대 능력을 산출해 내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은 물론이고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비단 관리직에만 한정되는 말이 아니다. 청암은 특히 현장 근로자의 자부심이야말로 포스코 성장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현장 근로자를 무시하는 구태의연한 문화를 극복하고, 모두가 한 지붕 아래 하나라는 일념을 지녀야만 기업의 원활한 운영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암은 관리자들에게 현장 근로자들이 포스코의 핵심이자 자원이라고 항상 강조했다. 실제로 청암은 관리직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현장 근로자들이 개선을 시급히 요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또한 그들의 일터를 구석구석 다니며 근로자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고민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포항제철 설립 초창기에 직원 사택 건축 계획이 청암으로부터 제출됐다. 하지만 포항제철은 당장의 자금이 부족했고, 그 시기 외국으로부터의 차관 도입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청암을 만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암은 당초의 계획을 강행했다. 몇 날 몇일에 걸쳐서 정부 예산 담당자와 금융기관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냈다. 청암이 생각하기에 당시 포항제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안녕'이었다. 노동을 마친 근로자가 충분한 휴식이 없으면 어떻게 업무 능률이 오를 수 있겠는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때 청암은 직원 주택을 임대주택이 아닌 자가주택으로 공급했다는 것이다. 당시 포항에서는 '내집 마련제도'가 최초로 시행된 셈이다.

만약 포스코 직원들이 자신의 집을 좋은 조건 아래의 장기저리 대출로 소유할 수 있다면, 직원들은 자신의 집에 애착을 가질 뿐만 아니라 포스코를 위해서도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청암의 판단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이러한 청암의 방침을 '낭비'라고 격렬히 비판했다. 공장 건설은 하지 않고 땅 투기에 열중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몇몇 정부 요직 인사들은 "공장 지을 돈도 없는데 주택부터 건축하겠다고 한다"라고 비아냥거렸다.

다행인 점은 이때 박정희 대통령이 청암을 신뢰하고 지지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주위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암의 요청을 들어줬다. 그 보답이 향후 포항제철의 수익이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다.

사택 건축 외 청암이 근로자들을 위해 특히 강조한 복지는 '청결'이다. 청암이 생각하는 청결이라는 것은 단순히 몸을 정돈하는 것이 아니다. 청암은 항상의 청결은 몸의 정돈이자 건강의 유지요, 사물을 정리하는 습관이고, 나아가 이 습관이 곧 안전의식의 확립이자 제품관리로 직결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현장 시찰을 할 때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과 욕실을 꼼꼼히 살펴봤다. 만약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즉시 보수를 지시했다. 이와 같은 청암의 '청결' 정신은 그 어느 회사보다 포스코의 수준 높은 화장실 및 욕실문화를 만들었다. 포스코는 매년 화장실에 수십 억의 예산을 사용한다. '그 나라의 수준을 알려면 공중화장실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 한 회사의 역량은 바로 이와 같은 곳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외 청암의 선견지명이 발휘된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어느 회사보다 일찍 회사가 직원의 보험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를 정착시켰다. 또한 현 포항장학재단은 청암이 포스코 근로자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 청암의 경영철학은 현재의 포스코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포스코는 어느 회사보다 일찍 선택적 '복리후생카드' 제도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직원의 개인역량 개발을 위한 것으로서, 직원이 카드를 어디에 얼마나 지출했는지 회사에 보고할 필요 없이 어떤 교육이든 자유롭게 받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포스코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인재가 나타났고, 나타나고 있다. 노사관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주지하듯이 포스코는 노사분규 발생이 드문 회사다. 이는 단연 이상에서 언급한 근로자에게 좋은 근무여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지금도 포스코의 생산 현장에서는 철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먼저 나는 것 같다.

기획 연재 / 박광수 경남매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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