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4:51 (토)
토룡(土龍)의 선택
토룡(土龍)의 선택
  • 경남매일
  • 승인 2023.10.24 2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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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통해 위기 해결·성공 쟁취
잘못된 선택은 고통에 빠트려
토룡 구한 선택 옳다고 믿고
자기 신뢰로 장애 극복 필요
이영조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사회복지학박사
이영조 동그라미심리상담센터장·사회복지학박사

토룡이 나들이에 나섰다. 35℃를 웃도는 몹시 더운 날이다. 지면은 강렬한 햇살에 달구어져 맨발로 걷는 발에 뜨거운 열기를 전해온다. 무더위에 숲에서 나와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토룡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꾸라지에 소금을 뿌린 듯 온몸을 뒤틀어 대기 시작했다. 살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이었다. 이대로 두면 죽게 될 것이 뻔했다. 길 위에는 이미 말라죽은 토룡의 사체가 즐비했다. 인간의 발에 밟혀, 두 번 죽게 되는 불상사를 막으려 요리조리 피해 발을 내디뎌야 했다. 문득 토룡의 생각이 궁금했다. 얘들은 뜨겁게 달궈진 도로에 왜 나왔을까, 혹시 자살 시도일까, 그렇게 보기에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꿈틀대는 토룡의 모습은 분명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분명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도로를 횡단하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이놈들은 되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꿈틀, 꿈틀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토룡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죽음이 눈앞에 닥쳤어도 물러설 수 없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토룡의 처연함, 이 모습은 지진으로 붕괴 된 건물에 깔린 두 자녀를 구하려고 절규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린, 영화 대지진의 한 장면과 오버랩되어 가슴을 저리게 했다.

붕괴된 건물에 깔린 두 자녀를 구하기 위해 절규하는 엄마의 모습, 아들을 살리려고 건물을 들어 올리면 반대편에 깔려있는 딸이 죽어야 한다. 반대로 딸을 살리려면 아들을 희생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구조대원은 누구를 살릴 젓인지 결정하라고 다급하게 소리친다.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다른 아이는 포기해야만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엄마는 어느 누구도 포기할 수 없기에 두 아이 모두를 살려달라고 울부짖는다.

구조대원에게 매달려 애원해 보지만 간절한 엄마의 바람은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생명 살리기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 더 기다릴 수 없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구조대원에게 다급해진 엄마는 아들을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그것은 절규였다. 붕괴된 건물 밑에 깔려있던 딸은 자기를 포기한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스르르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딸은 자신의 생명임에도 삶과 죽음의 길에서 죽음을 선택당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의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죽음의 곤경에 빠진 토룡을 살려주어야 하나, 아니면 그들의 자유의지를 믿고 그대로 두어야 하나, 두 갈래 길에서 고민에 빠져있다. 그 선택의 결정은 자식을 구하려는 엄마의 선택과 같았고 오래 끌 수가 없었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토룡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지렁이를 주워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그 와중에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토룡은 손에 잡히지 않으려고 심하게 꿈틀댔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길옆 습지로 신속히 걸음을 옮겨 물가에 놓아주었다. 한 생명을 살렸다는 생각에 답답했던 가슴이 후련해졌다. 그 이후로도 걸음이 계속되는 동안 죽음 앞에서 꿈틀대는 지렁이를 모두 구해주었다.

걸음을 옮기며 나의 생각은 계속되었다. 의사를 묻지도 않고 지렁이를 살려낸 일이 그들의 입장에서도 고마운 행위일까, 지렁이를 살려야 한다는 나의 선택이 당사자인 지렁이의 선택을 무시한 처사는 아니었을까, 혼란스러웠다. 내가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했나, 왜 내 삶에 끼어들었느냐고 따진다면 답변이 궁색하다. 타인의 곤경에 쉽게 호의를 베풀 수 없는 이유다.

선택은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나게도 하고, 인간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은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삶의 여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난관과 마주하게 된다. 장애물은 극복하는 대상이지 회피의 대상이 아니다. 선택한 자신을 믿고 정진하자. 본인의 의지를 묻지 않고 토룡을 구한 나의 행동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믿자.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토룡의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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