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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일상적 교류가 필요해
다문화사회, 일상적 교류가 필요해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3.10.3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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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환 경제부 기자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일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민족', '단일민족' 등과 같은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언어는 우리의 인식 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사회가 짧은 시간 내에 '진짜' 다문화사회로 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에서 다문화가구 수는 39만 9396가구, 총 다문화 인구는 115만 1004명이다. 여기서 집계되지 않은 비공식 인구까지 포함하면 아마도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다.

정부의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기존 거주민이 얼마나 많은 이주민 친구를 두고 있는가?'라는 남녀 20~6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주민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답한 비율이 연령별로 92~9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민자를 위한 센터, 한국어 교육, 축제 등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것이라고 본다. 없는 것보다 좋지만, 지금의 한국의 다문화화(化)는 빠르다.

프랑스 남부의 아비뇽이라는 곳이 있다. 14세기 교황청이 존재했던 '아비뇽 유수'라는 사건으로 유명한 이곳은 성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경관이 아름다운 중소도시다. 이곳 또한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존 거주민과 이민자들은 특정 공간을 기점으로 분리돼 살았고, 인종 갈등 또한 심한 편이었다. 때문에 아비뇽 시는 거주민과 이민자 양측의 조화를 위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거리 곳곳에서는 매일 연극과 작은 축제, 플리마켓이 열린다.

아비뇽 또한 그러한 도시다. 골목길 구석구석에서 연극, 음악공연, 예술과 함께하는 플리마켓이 펼쳐진다. 여기서 아비뇽 시는 이러한 '골목예술'에 있어서 이민자들을 위한 일종의 예술 '쿼터제'를 마련했다. 이민자들을 위한 축제장, 극장, 플리마켓 공간 등을 지원하고 자금 또한 지원하며 그곳에서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매일' 마음껏 발휘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민자들이 축제와 연극을 주체적으로 조직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기존 거주민과 함께 만들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지금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적어도 지역사회는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짜' 다문화사회는 모두가 특정한 반경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각 영역에서 잘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직장, 문화공간, 상점 등등. 그 출발점은 서로가 '매일' 부딪힐 수 있는 교류장소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도 모범적인 사례는 있었다.

경남 하동이었다. 예전 하동은 하동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주말마다 하동 시장에서 공연을 열고, 지역주민의 플리마켓을 지원했다. 이 플리마켓에는 하동에 거주하는 다문화 배경 이주민이 참여했다. 이렇게 일상에서 거주민과 이주민이 자주 교류한 결과 양측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었다. 서로 주말마다 마주하니 친해졌고, 마켓 참여자의 자녀들도 시장에 나와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았다. 지금은 어떠한지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때 하동 장터는 기 거주민과 이민자가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장소였다.

하동보다 이주민 인구가 많은 김해 또한 이러한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향후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위해 지금 모두가 일상에서 더욱 잘 마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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