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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수치ㆍ죽곡마을, 창살 없는 감옥살이
진해 수치ㆍ죽곡마을, 창살 없는 감옥살이
  • 경남매일
  • 승인 2023.12.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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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성 지방자치부 부장
황철성 지방자치부 부장

"30여 년이 넘게 쇳가루와 페인트 분진, 소음, 악취 등으로 환경피해를 입고 있으면서 2000년대 환경실태조사에서 주거 기능이 상실된 결론이 났지만 현재까지도 이주 대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더욱 열악해진 창살 없는 감옥살이의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주가 시급한 진해구 수치ㆍ죽곡마을이 진해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이후 각종 개발제한 규제로 묶인 것도 억울한데, 그마저도 이주ㆍ보상 절차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피해가 커지자 주민들이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조선소 인근 수치마을은 진해국가산단 서쪽에 자리한 자연마을로 한때는 유원지로 거듭났던 마을이다. 하지만 현재는 조선소 사무실과 숙소, 빈 상점으로 폐허에 가까운 마을이 된 상태다.

진해국가산단 동쪽에 자리한 죽곡마을은 조선소 담벼락과 맞닿아 있다. 조선 경기가 활황을 맞으면서 STX조선해양(현 케이조선), 오리엔탈정공(현 오리엔탈마린텍)을 시행자로 1999년 총면적 110만 7968㎡를 조성했다. 2008년 STX조선해양이 창원시 진해구 수치ㆍ죽곡마을을 모두 편입하는 국가산단 지정변경 승인을 받았다.

진해국가산단이 개발되면서 주민들의 어업피해, 환경피해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불만도 쌓이기 시작했다. 당초 2012년 이주단지 조성계획을 세운 뒤 2015년 준공할 계획이었다. 이에 수치ㆍ죽곡마을 주민들에 대한 일부 보상 및 이주단지 개발 보상 절차가 진행되면서 2012년 진해구 명동 산104 일대에 면적 16만 7701㎡ 이주단지 조성 계획도 세워졌다.

하지만 STX조선해양 운명이 2014년 4월 상장폐지, 2016년 5월 법정관리 신청, 2017년 7월 법정관리 종결로 이어졌다. 한때 세계 조선업계 4위까지 올랐던 STX조선해양이 휘청거리는 동안 수치ㆍ죽곡마을 주민 이주는 뒤로 밀려 답보했다. 시행자가 케이조선으로 변경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케이조선의 이주단지 조성계획은 수치ㆍ죽곡마을 주민 192가구 479명과 회사 기숙사 110가구가 이주 가능한 13만 1212㎡ 규모 이주단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주민 이주 절차는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보상하고 이주단지의 택지를 일반 분양가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케이조선에선 수치ㆍ죽곡마을 주민 192가구 중 100가구 남짓 보상이 됐지만, 보상받은 이들도 보상액의 50% 정도만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소에선 두 마을 주민들에 대한 보상과 이주단지 개발 보상 등을 위해 750억~850억 원가량 들 것으로 예상하는데, 현재까지 두 마을의 주민들에게 보상된 금액은 25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수치마을과 죽곡마을 이주 문제에 대해선 박춘덕 도의원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박 의원은 최근 이 문제를 다시 지적하며 조속한 산단 조성 완료를 촉구하기도 했다. 대안으로는 시행사 변경이나 국가산단 해제, 해양관광 특화 비즈니스 단지 조성 등을 제시했다.

진해국가산단 입주 업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양춘 이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현실성을 따진다면 항만이나 물류를 연계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진해국가산단 입주업종을 늘려서 새로운 시행자를 찾아 답보 상태인 주민 이주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이다. 케이조선 관계자도 "현재 진해국가산단 유치업종은 조선, 조선기자재까지인데 항만, 물류, 에너지 업종까지 다변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수치ㆍ죽곡마을 이주는 지금도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가끔 이주 문제가 가시화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동안 바깥 사정은 바뀌고 마을은 쇠퇴하기만 한다. 창살 없는 감옥살이에 주민들은 지금도 환경피해와 이주대책을 호소하며 2개월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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