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2:43 (월)
노인을 위한 사회는 없다
노인을 위한 사회는 없다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4.01.21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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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환 경제부 기자
장영환 경제부 기자

바야흐로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이 아닌 '기술부대인(技術不待人)' 시대다. 기술의 진보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10월 23일자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카페 등의 가게에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을 어려워하는 실버세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사 속 어르신은 터치스크린을 이리저리 만져보다 결국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어르신은 단순히 음식을 먹기 위한 주문을 위해 알지도 못하는 기계를 사용해야 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이 사람을 소외시킨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24'를 들수 있다. 실제로 사용해 보면 그 편리함에 감탄이 나온다. 집에서 핸드폰을 들고 아이콘 몇 개 클릭하고 몇 가지 정보만 입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업무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느끼는 것도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주위 어르신들에게 주민등록 등본을 정부24를 사용해서 발급받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못 할 것이다. 은행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는 간단한 모바일 업무처리를 다룰 수 없는 어르신은 많다. 그런데도 지금 '정보화'의 이름 아래에 관공서든 은행이든 무조건적인 축소를 지향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고도 정보화로 기존의 많은 것들의 오프라인적 기능은 개인화·비대면화 되고 있다. 상품 및 서비스의 교환에 있어서 더이상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가 아닌, 또한 '손'과 '손'이 아닌, 하나의 이기(利器)가 매개체 혹은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 무엇인가 구매하거나 이용하려고 하면 먼저 사람이 기술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우리에게 있어 'IT 강국 한국'은 대명사와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IT 강국'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편의를 누리고 있는 바는 알고 있으나, 그 이면에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의외로 잘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을 '정보 격차'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것은, 2024년인 지금 'IT강국'의 대명사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중국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행정시스템의 정보화와 온갖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발전해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정시스템이 고도화돼 있으며, 일상의 대부분의 것이 핸드폰 하나로 해결 가능하다. 

이와 반면 일본, 프랑스 같은 나라는 정보화 및 행정처리 속도가 느리기로 유명한 나라다. 프랑스는 서류 하나 발급받는 데 며칠이 걸리는 나라이며, 일본은 온갖 매뉴얼적 절차, 수기처리 선호 등으로 인해 행정처리가 더딘 편이다. 그런데 '기술'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러한 나라들이 왜 그러는 것일까? 이에 대해 분석한 어느 학자는 그것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시스템이 만든 결과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두 나라는 이기(利器)를 누릴 수 있는 사람과 누릴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발전의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을 의도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휴머니즘적'인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휴머니즘적' 발전 추구 사례는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다만 '첨단' 추구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고령화 시대, 누구든 언젠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때가 온다. 비록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변화는 막을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우리의 일상 혹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기술적 발전의 속도는 완급조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휴머니즘적' 발전, 즉 진정한 '노인을 위한' 사회의 발전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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