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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맛이 나는 합천호 겨울 빙어
오이 맛이 나는 합천호 겨울 빙어
  • 경남매일
  • 승인 2024.02.1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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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지금 경남 합천호에서는 유리처럼 맑고 깨끗한 얼음 빛을 쏙 빼닮은 빙어가 제철을 맞고 있다.

합천호 빙어는 물이 무척 차가워지는 12월부터 4월 초순까지가 가장 맛있고 싱싱하다. 몸속이 환히 비칠 정도로 깨끗한 빙어는 1급수의 맑은 물에서만 살아가는 바다빙어목 바다빙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등쪽은 황갈색이며, 배쪽은 은백색이다. 또한 빙어(몸길이 15㎝)는 우리나라 연못이나 호수, 시냇가 등지에서 떼 지어 살아가며, 여름에는 깊은 물 속에 숨어 지내다가 겨울에 되어야 활발하게 움직인다.

옛 문헌은 빙어(氷魚)를 공어(公魚), 동어(凍魚)라고도 기록되어 있고, 살에서 오이 맛이 난다고 해서 '과어(瓜魚)'라고도 불렸다.

빙어(氷魚)의 겉모습과 맛은 언뜻 은어(銀魚)와 비슷하다. 하지만 빙어는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는 푸른 녹색을 띤 회색빛 은어와는 달리 고기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우며, 씹으면 씹을수록 상큼한 오이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관료 문인인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 1439년 ∼ 1504년)은 '동어(凍魚)'라는 시를 읊었는데,

"北風吹作淸江氷(북풍취작청강빙) 북풍이 불어와서 맑은 강이 얼어붙자 萬夫鼓杵聲登登(만부고저성등등) 사내들 몰려나와 얼음을 쿵쿵 치네. 氷開小竇施(빙개소두시고증) 얼음판에 구멍 뚫고 그물을 쳐 놓으니 金鱗躍出爭飛騰(금린적출쟁비등) 다투듯이 뛰어올라 금빛 비늘 파닥파닥 膳夫刀割腹(선부란도할복유) 요리사가 칼을 들고 기름진 배 가르자 紛紛白雪滿盤盂(분분백설만반우) 눈처럼 하얀 회가 접시에 가득하네. 眼花飜井醉不省(안화번정취불성) 취한 눈이 어른거려 우물에 빠졌다가 一片入口精神蘇(일편입구정신소) 한 조각 입에 넣자 정신이 깨는구나. 丙穴嘉魚應避席(병혈가어응피석) 병혈의 가어라도 자리를 피하리니 穿貯供天廚(천시저록공천주) 고이 담아 임금 계신 대궐에 바치리라." 『허백당집(虛白堂集)』.

이 시(詩)에서는 두보(杜甫)가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 나오는 동어(凍魚)의 깨끗하고 상쾌한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주망태가 되었던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고사를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빙어(氷魚)라는 이름은 조선 정조 때 실학자인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전어지(佃漁志)에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얼음 '빙'(氷)에 물고기 '어'(魚) 자를 따서 '빙어'라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빙어는 겨울낚시의 인기종으로 호수의 얼음을 깨고 견지대나 소형낚시로 어획하거나 그물을 사용한다. 주 활동시기인 겨울철에 가장 맛이 좋다. 껍질이 얇아 터지기 쉬워 신선한 것을 통째로 요리하므로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육질이 연하고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담백한 맛으로 인기가 좋다. 회나 튀김, 조림, 무침, 국 등 다양하게 요리된다.

빙어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빙어의 몸에서 나는 상큼한 오이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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