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2:15 (일)
부산 '야구도시' 이어 '탁구도시' 꿈꾼다
부산 '야구도시' 이어 '탁구도시' 꿈꾼다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4.02.2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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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2.7g,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작은 공 탁구공이 세계를 하나로 만들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부산 벡스코 특설경기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BNK부산은행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WTTC)가 야구의 도시 부산을 탁구 열풍으로 달구고 있다. 또 탁구도시 조성 분위기도 높아져 가고 있다. 세계 40개국에서 2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대회는 '원 테이블, 원 월드'의 슬로건처럼 참가 선수들은 관중의 응원에 힘입어 세계의 시선을 2.7g,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 하나에 모으고 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선수는 물론 최근 한국과 수교를 맺은 쿠바 남녀탁구선수팀까지 참가해 '하나의 테이블에 세계를 하나'로 만들고 있다. 특히 눈부신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한 팔 탁구선수'인 브라질 '브루나 코스타 알렉산드르(28)' 선수가 화제다. 1995년생인 알렉산드르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백신 부작용으로 혈전증을 앓아 오다 오른팔을 절단했다고 한다.

그는 먼저 선수 생활을 시작한 오빠를 따라 7살 때 탁구에 입문해 2014년 베이징탁구선수권 단식, 단체전 동메달, 2017년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대회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2016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 패럴림픽 여자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단식 은메달을 따냈다. 패럴림픽 무대에서는 이미 확실한 존재감을 보인 알렉산드르는 올림픽 출전 목표를 세우고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 도전에 나섰다. 조별리그 1조에서 경쟁하는 브라질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1차전, 룩셈부르크와의 2차전에서 알렉산드르의 맹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이끌었다.

그는 왼손 엄지와 라켓을 활용해 공을 높이 던진 직후 낙하지점에서 같은 팔을 휘둘러 날리는 고공 서브를 구사한다. 왼손 하나로만 구사하는 서브는 섬세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브라질 탁구 에이스, 혼신의 서브를 날리는 그의 왼손과 왼팔에는 화려한 타투가 새겨져 있다. 그는 "항상 뭔가를 주면 항상 뭔가가 되돌아온다는 말, 모두 좋은 의미다, 올림픽, 패럴림픽 날짜와 앰블럼도 써 있다"고 밝혔다. 그의 불굴의 도전정신이 숭고하고 울림은 강하다. 그의 선전을 응원한다.

벡스코 특설경기장에는 관중들의 응원으로 뜨겁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한국탁구 남녀 대표팀은 연일 완벽한 연승을 이어가며 순조롭게 16강에 진출했다. 한 팀이 된 한국탁구 남녀 대표팀은 조 추첨을 거쳐 21일 16강전에 임한다. 22일부터 23일까지 8강전, 24일 4강전을 거쳐 25일에는 대망의 결승전이 치르게 된다. 한국탁구 남녀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대회이다. 2020년 3월 개최가 확정됐으나 개막 1개월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3차례 연기되다 결국 대회 개최가 취소됐다. 2021년 11월 아르헨티나를 꺾고 재유치에 성공해 4년 만에 대회를 개최했다. 이 때문에 대회 준비 기간만 6년이 걸렸다. 보통 2~3년이 걸리는 대회 준비 기간은 6년이라는 유례없는 장기간 준비로 유승민 대회조직공동위원장은 성공대회를 장담했다. 지난 16일 개막 기자회견에서 유 위원장은 "현정화 유남규 안재형 이후 끊겨 버린 부산탁구 '금맥'을 새로 이어가기 위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부산 유소년 탁구 등 지원과 부산시교육청과 논의해 부산에서 탁구선수들이 육성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야구도시인 부산이 탁구도시로서의 위상과 위용을 되찾도록 하겠다는 지역 탁구인들의 소망과 염원이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 쇠링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의 인사말 역시 인상적이다. 그는 "우리는 역사적인 세계대회의 '이브'에 있다. 이번 대회가 역사적인 이유는 한국탁구가 가장 경쟁력 있는 시기에 열리기 때문이다"며 "지난해 12월 열린 ITTF 혼성단체 월드컵에서 한국탁구의 준우승은 괄목한 성적이다"라는 부언 설명은 한국탁구의 전성기 부활을 예고하는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탁구는 ITTF가 1926년 런던 제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전 세계 약 8억 7500만 명이 즐기고 있는 대중스포츠로 성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채택됐고 한국 여자탁구팀은 1973년 사라예보와 1991년 일본 지바대회에서 코리아(남북단일팀)이 두 차례 우승했다. 이번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 33년 만에 신화를 다시 쓰게 된다. 현정화 선수는 30여 년 만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 다시 보게 됐다며 감격했다. 트로피는 개최국이 보관한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트로피에 우리 탁구팀 이름이 새롭게 새겨지기를 바란다. 또 ITTF의 슬로건처럼 '탁구를 통한 연대'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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