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00:11 (월)
향(香)이 그윽한 경남 대보름 음식 '미더덕찜'
향(香)이 그윽한 경남 대보름 음식 '미더덕찜'
  • 경남매일
  • 승인 2024.02.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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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상원(上元)을 대보름이라고 한다.이날 아침에 귀밝이술(耳明酒)로 차가운 청주 한잔을 마시고 "1년 동안 만사가 뜻대로 되라"는 기원과 부스럼이나 종기가 나지 말라고 밤, 호두, 잣, 무, 땅콩 등의 부럼을 깬다. 이는 겨울철에 비타민이 부족하여 잇몸과 치아가 들뜨기 때문에 딱딱한 열매를 이로 깨물어 치아(齒牙)를 굳히기 위한 풍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북지방에서는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정월대보름날 만나 엿을 깨무는 풍습이 있는데, 이 엿을 '이굳이 엿'이라고 한다.

한편 이날 저녁에는 박나물, 버섯, 대두황권(大豆況卷):콩나물), 진채(陳蔡)라는 순무, 오이껍질, 가지껍질, 무청 등을 말린 묵나물을 무쳐서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 해서 즐겨 먹었고, 옛날에 난 찰밥에 참기름과 꿀을 섞고 잣, 밤, 대추를 넣은 약밥(藥밥)을 해먹었으나 지금은 주로 다섯 가지 이상의 잡곡을 섞은 오곡밥을 해 복쌈을 싸먹는다,이 복쌈을 복리라고도 하는데, 주로 김이나 잎이 넓은 아주까리 잎 등을 말려 두었다가 싸 먹는다. 이 복쌈은 여러 잎을 겹쳐서 싸 먹으면 복을 많이 받는다 해서 이날의 복쌈은 여러 잎을 포개서 싸먹는다.

이러한 풍습들은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 비타민을 공급하기 위한 조상들의 슬기로운 습속이라 하겠다. 지금까지의 정월대보름 세시 음식들은 대부분 동국내용들로 서울 중심의 세시풍습에 지나지 않고 지방마다 향토색 짙은 세시음식 들이나 습속들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진해, 창원, 마산, 고성 등 경남 남해안지방에서는 정월 대보름날 '미더덕 찜'을 해 먹는다. 우리나라 연안 및 극동아시아에 분포하고 있는 미더덕은 마산 진동을 중심한 거제해협과 진해만 인근에서 많이 잡히는데, 산에 나는 더덕처럼 더덕더덕 붙어 올라온다 해서 '미더덕'이라 한다고 한다.

이 미더덕은 멍게라고 불리는 '우렁쉥이'와 닮았다는데, 그 크기가 마치 아기 고추만큼 작고 황갈색이며, 씹을 때 '오도독 오도독' 소리가 나고 5~9월이 산란기라 산란 전 3~4월이 제철로 상큼한 맛이 난다,전체길이 5∼10cm이다. 외피는 섬유질과 같은 물질로 되어 있고 딱딱하다. 가늘고 긴 몸에 자루가 있어 곤봉 모양이고 자루의 길이가 보통 몸길이의 1/2 이내로 그 아래쪽이 바위에 붙어산다. 위쪽은 볼록볼록하고 아랫부분 또는 자루 부분의 표면에 불규칙한 주름과 홈이 있다. 입수공(入水孔)과 출수공(出水孔)은 몸의 앞쪽 끝에 열려 있는데, 출수공은 앞쪽을 향해 있고 입수공은 배 쪽으로 굽어져 있다.

몸 빛깔은 사는 바다의 밑바닥 색에 따라 다른데, 황갈색에서 회갈색, 등황색을 띠며 안쪽 면은 흰색을 띤다. 남해안바닷가 젊은이들은 미더덕을 먹으면 "정력이 좋아진다"하여 즐겨 먹었으며, 남자의 그것과 같다하여 '조꼴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그런데 미더덕 말고도 이와 흡사한 오만동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면 오만동이와 미더덕은 어떻게 다를까? 오만동이는 몸이 그냥 동그스름한 모양인데 비해 미더덕의 몸에는 길쭉한 꼬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오만동이는 미더덕에 비해 껍질 표면의 돌기가 굵고 돌기가 다소 옅은 편이다.

오만동이의 정식 명칭은 주름미더덕이고 만득이, 오만디, 오만둥이, 만디기라고 불리기도 한다.오만동이의 전체 길이는 지름(둥글기 때문, 미더덕은 타원형) 1~10cm정도다.

3cm 미만은 통으로 요리를 하고 그 이상은 썰어서 요리를 한다.먹어보면 향은 미더덕이 좋고 씹는 맛은 오만동이가 좋다. 정월대보름날 해 먹는 미더덕 찜은 요즘과 같이 아귀찜처럼 고춧가루를 넣고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미더덕을 삶은 다음, 콩나물, 고사리, 미나리, 도라지 등 나물을 데쳐 넣고 들깨가루에 밀가루나 쌀가루를 섞어 범벅 쑤듯이 하얗게 만드는 것이다.이렇게 조리한 미더덕 찜을 정월대보름날 큰 대합이나 양푼에 담아 놓고 식구들이 보름날 나누어 먹기도 하고 달집태우기등 대보름놀이를 하고 집에 돌아와 긴 긴 겨울밤 시장기가 돌면 대접에 한 그릇씩 떠서 먹던 이 지역 고유의 전통세시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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