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6:40 (일)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전환기의 근대건축, 다수의 공존공간 추구
[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전환기의 근대건축, 다수의 공존공간 추구
  • 한지현
  • 승인 2024.03.0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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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현의 '안녕 프랑스'

르 코르뷔지에의 시테 라디외즈
산업화·인구집중화로 인한 주택 부족 해결
서민 위한 혁신 공동 주거단지 계획 추진
창의적 건축 5원칙 모듈러 이론 접목 돋보여
현대 복합 공동 주거단지 구조 기반 마련 선구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철학이 드러나는 시테 라디외즈의 외벽.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철학이 드러나는 시테 라디외즈의 외벽.

하늘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줄지어 선 주택가의 모습, 오늘날 아파트는 기본적인 거주공간의 기능을 넘어 주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휴식을 취하는 공동생활의 중심 터전이 됐다. 바쁜 현대인의 삶에 아파트는 다양한 편의시설 및 부대시설로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제공한다. 복합 공간으로서의 아파트의 역사는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아름답게 늘어선 옛 건물들 사이, 굳건한 콘크리트 구조의 자태를 뽐내는 마르세유의 시테 라디외즈(Cite radieuse)가 우아하게 탄생했다.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시테 라디외즈의 홀.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시테 라디외즈의 홀.

파도의 열정과 햇볕의 따스함을 닮은 알록달록한 외벽을 자랑하는 시테 라디외즈는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그리(Charles Edouard Jeanneret-Gris)의 작품이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전통적인 건축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축의 현대화를 이끈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일컬어진다. '빛나는 도시' 혹은 '빛나는 주거단지'라는 그 이름이 드러내듯, 시테 라디외즈는 르 코르뷔지에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기획한 주거단지 연작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의 첫 번째 작품이다.

공용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늘어진 337개의 세대.
공용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늘어진 337개의 세대.

20세기 초 유럽, 산업화에 따른 도시의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거주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와 함께 불거진 주택부족 문제에 도시 팽창화 현상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르 코르뷔지에는 공동 주거단지를 고안했다.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수직도시를 건설하고 남은 면적을 녹지로 채워 쾌적하고 이상적인 주거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시테 라디외즈는 1945년부터 1952년까지 총 7년에 걸쳐 세워졌다.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된 5층 상점가.
주민들의 만남의 장이 된 5층 상점가.

도시 주변부로 밀려난 서민들에게 새로운 주거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던 르 코르뷔지에의 주거단지 프로젝트는 여론의 질타를 맞았다. 대중은 기존 건물 양식과 달리 입방체 형태로 높이 솟은 콘크리트 건물을 빈민층이 모여사는 임대주택으로 여겼다. 이 집은 '미치광이의 집(Maison du fada)'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시대를 앞선 그의 선견지명은 사후에 비로소 드러났다. 시테 라디외즈를 비롯해 르 코르뷔지에가 만든 17개 건축물은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중 약 10여 개는 프랑스에 자리하고 있다.

디자이너 오라 이토에 의해 현대 미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체육관.
디자이너 오라 이토에 의해 현대 미술공간으로 재탄생한 체육관.

르 코르뷔지에는 과거의 건축양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건축물을 지상 위로 들어 올리는 기둥 구조 필로티로부터, 가로로 길어진 창, 자유로운 입면과 평면, 옥상정원까지 그가 새로이 제시한 건축 5원칙은 현대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벽돌구조를 대체한 철근 콘크리트 기둥 덕에 더욱 자유로운 공간활용 또한 가능해졌다. 사람의 행동반경을 고려한 공간 설계 개념인 그의 모듈러(Modulor) 이론은 오늘날에도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 구조가 돋보이는 옥상의 모습.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 구조가 돋보이는 옥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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