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5:29 (토)
그리운 제국 - 정 이 경
그리운 제국 - 정 이 경
  • 경남매일
  • 승인 2024.03.06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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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을 그리워하는 날들이 많았다
크고 작은 그 제국의 황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다
견고함으로 무장된 성벽 사이로
시대를 막론하고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는 제국을 꿈꾸었다
부끄러운 고백들과 뒤통수가 간지러운 말들은
죄다
단칼에 처단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오백 년도 더 된 느티나무 아래가 흥건하다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가는 삶을
시답잖은 시선으로 경멸해야 할 것이다

시인 약력

제국을 그리워하는 날들이 많았다크고 작은 그 제국의 황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다견고함으로 무장된 성벽 사이로시대를 막론하고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는 제국을 꿈꾸었다부끄러운 고백들과 뒤통수가 간지러운 말들은죄다단칼에 처단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오백 년도 더 된 느티나무 아래가 흥건하다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가는 삶을시답잖은 시선으로 경멸해야 할 것이다시인 약력

- 진해 출생. 1994년 『心象』 신인상 등단. 
- 시집 『노래가 있는 제국』, 『비는 왜 음악이 되지 못하는 걸까』 외. 
- 제1회 경남시인 협회상, 제2회 이병주국제문학상 경남문인상,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 제3회 경남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 등. 

☞  시와 노래를 통제하는 정치란, 시와 노래가 자신의 이익과 이념에 반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과 이념에 부합하는 메시지만을 전달하도록 강요하는 정치이다. 이러한 정치는 시와 노래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고, 시와 노래가 감각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결속하며 전개되는 역사적 구성물이라는 본질을 무시하거나 왜곡한다. 시와 노래를 통제하는 정치의 예로는, 신군부가 주요 문예지들의 출간을 막은 1980년대 초 한국의 상황, 박노해의 노동자 시, 미국의 밥 딜런의 반전 시 또는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등이 있다. 그러나 시인이라는 개인의 제국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독립된 가장 막강한 자유 영토임을 재차 선언한다. 그럴 때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올 것이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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