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02:17 (일)
"어르신 '잔존 기능' 살펴 노년 삶 세심하게 보살피죠"
"어르신 '잔존 기능' 살펴 노년 삶 세심하게 보살피죠"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4.03.28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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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곳] 현대다사랑요양원

족욕실·물리치료실·잔디운동장 등 구비
인지·신체 등 기능 유지 프로그램 운영
어르신 직접 키운 재료도 요리 대접해
직원 1명이 5명 담당, 자식 마음으로 동행
"가족고통 줄이려면 요양원 적극 개입해야"
이기중 원장이 족욕실에서 어르신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이기중 원장이 족욕실에서 어르신들의 발을 씻겨주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자연의 사계절처럼 사람의 삶에도 계절이 있다. 세월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인생의 봄을 만끽하고, 여름볕에 땀흘리며, 가을 미풍에 휴식한다. 겨울은 다르다. 예술로 불멸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명을 구하고 영원히 기억되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람도 있다. 조용한 마무리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추위 속에서 운명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의 황혼은 다르고 여기서 존엄한 마지막은 축복과도 같다.

초고령화 시대, '실버사회'의 도래에 따라 아름다운 마지막에 대한 준비는 더욱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일찍이 미래를 내다보고 아름다운 황혼을 위한 '실버타운' 건립을 준비한 사람이 있다. 벚꽃향이 휘날리는 김해평야의 어느 길자락에 당당한 풍채와 빛깔을 드러내고 서 있는 현대다사랑요양원(이하 요양원)의 이기중 원장을 만났다.

◇현대다사랑요양원의 특징과 시설

요양원에 가까이 다가가자 알록달록한 색채가 눈에 띈다. 1200여 평 규모의 2층 건물의 외부는 무지개 옷을 입은 듯 다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내부 또한 그러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각각의 색깔의 방문과 환한 빛이 드는 벽면이 보인다. 화사한 파스텔톤 색을 머금은 건물 내·외부가 방문자로 하여금 마음을 편하게 한다. 마침 족욕하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기중 원장이 기자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방문마다 다른 색을 칠한 이유를 물으니 "어르신들이 자신의 방을 기억하고 쉽게 찾기 위해 방문마다 다른 색깔을 칠해놓은 것"이라고 답한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이 원장은 건물부터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디자인한 것이다. 요양원은 드넓은 김해평야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마치 자연 속 휴양시설 같다. 요양원의 시설은 19개의 방, 물리치료실, 자원봉사자실, 이·미용실, 욕실, 조리실, 간호사실, 족욕실, 텃밭, 잔디운동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는 67명이 입소 가능하며 전문성을 겸비한 14명의 직원이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이기중 원장의 "이곳은 어르신들의 휴식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잘 정돈된 잔디운동장은 누구나 편히 뛰어놀 수 있도록 설치돼 있고, 파릇한 채소의 싹을 틔우고 있는 텃밭은 봄나물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테라스 휴식공간에서는 몇몇 어르신들이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쉬고 있었다.

현대다사랑요양원 전경.
현대다사랑요양원 전경.

◇국산 음식과 요리 프로그램

이기중 원장을 따라 2층 원장실로 향했다. 현관에서 2층까지 걸어가는 복도에서 어르신들이 족욕과 다양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 원장은 어르신들이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천진난만함을 지닌 분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를 보는 눈높이에서 어르신들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요양원 어르신들은 작은 것 하나에 행복을 느끼는 '동심'을 지닌 분들이라고 한다. 원래 이 원장은 유치원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2004년 교육학 박사학위를 얻은 후 고령화시대를 대비한 미래사업을 구상해 시행착오를 거친 후 현재의 요양원을 설립했다. 이 원장의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과 교육학 식견, 사회변화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설립된 요양원은 이 원장의 '교육관'의 총결산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고안된 교육프로그램은 어르신들의 입장에서 공고히 구성됐다.

"어르신들의 인지능력과 신체기능의 '잔존기능'을 최대한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원장은 '잔존기능' 유지와 관련한 글쓰기·색칠하기·만들기 등의 놀이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외 공놀이·일광욕·들녘 산책 등의 야외활동, 꽃 등의 식물과 교감하는 원외체험 등의 활동도 스트레스 감소, 인지능력·신체능력 상승 등의 '잔존기능'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교육의 효과는 놀라울 정도다. 입소 어르신의 한 가족은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어르신들의 가족이 요양원을 방문하고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한다.

◇국산 음식과 요리 프로그램

요양원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친다. 그 이유를 물으니 이 원장은 "음식이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원장의 말처럼 요양원은 어르신들의 건강과 인지능력 향상을 도모하는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은 모두가 함께 식재료를 키우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이 원장은 "어르신들이 우리와 함께 텃밭을 가꾸고, 직접 재배한 파, 고추 등의 먹거리로 간단한 김치 등을 만들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고 말하며 "음식 재료의 선별부터 식사까지의 전 과정은 어르신들의 '잔존기능' 유지에 초첨을 맞췄다"라고 말한다. 또한 이 원장은 "우리가 먹는 모든 식재료는 국산이다. 우리 식재료, 내 손으로 만드는 음식이 한국인의 건강에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기중 현대다사랑요양원 원장이 원장실에서 환한 미소를 띠고 있다.
이기중 현대다사랑요양원 원장이 원장실에서 환한 미소를 띠고 있다.

◇프로정신과 체계적인 돌봄 케어

설립한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은 요양원은 '시작'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요양원 선생님들은 어르신들을 열정과 정성으로 무장해 보살피고, 이 원장은 "어머니 그새 몸이 많이 나아지셨네"라고 말하며 어르신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프로정신'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 원장은 "요양원 선생님들에게 항상 '프로정신'을 강조합니다. 요양보호사는 단순히 케어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교육을 받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전문가'"라고 하며 "나는 이를 선생님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전문가의 자부심을 가지고 어르신의 마음까지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또한 "많은 요양원의 직원 비율은 일반적으로 7:1이다. 그러나 우리 요양원은 5:1이다. 한 사람이 적은 인원을 담당해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년의 삶과 요양원

이 원장으로부터 요양원 곳곳의 안내를 받으며 이곳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보고 신체·정신적 기능이 저하된 노년의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요양원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란 질문이 떠오른다. 사람은 세월에 따라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되며 이를 보살피는 가족 부담은 증가한다. 누구나 자신의 부모를 모시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에 오랜 기간 부딪히면 그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이 원장은 "노년의 삶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건강'이다.

어르신들이 건강을 잃을 경우 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서 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며, 특히 요양원이 개입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원장의 말처럼 현재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사회가 노년층과 가족 사이에 개입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돌봄'은 개개인과 가족이 감당하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 점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한다. "물론, 어르신들 본인에게 있어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것만이 꼭 좋은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어르신들은 서로 공감하고 정서적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사회적 활동이 필요하다"며 "요양원의 가장 주요한 기능이 여기에 있다. 가족의 고통을 경감하고 서로 공감 가능한 어르신들만의 커뮤니티 형성을 돕는 것, 여기에 요양원의 존재 의의가 있다"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다음을 강조한다. "고령화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모두 언젠가 늙는다. 특히 노인층이 다수를 점하는 장수사회에서 고령자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전문가'의 체계적인 도움 아래 생활해야 한다. 내 딸은 나와 우리 직원이 어르신들을 모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나도 언젠가 엄마를 잘 모실 수 있겠어요'. 나는 이 말을 듣기 위해 요양원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부산 강서구 호계로145번길 8 현대다사랑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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